여야 의원 58명이 참여한 국회 모빌리티포럼이 어제 세미나를 열고 미래 먹거리인 모빌리티산업을 키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포럼 공동대표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끈한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정쟁으로 바쁜 여야 의원들이 모처럼 미래산업 육성에 한목소리를 낸 것을 보니 낯설면서도 반갑기 그지없다.

자율주행 드론 등 모빌리티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30년 1조5000억달러(약 1925조원)에 달해 반도체 시장(1조달러)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맥킨지)될 정도로 유망하다. 자율주행 기술에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구글 IBM 애플 아마존까지 뛰어든 이유를 알 만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달려들었지만, 국내 모빌리티산업은 내연기관 시대의 낡은 규제에 묶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돌발 상황 때만 운전자 개입)는 임시 운행만 가능하다. 반면 미국 독일 일본 등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실제 주행할 수 있도록 법률적 요건을 정비했다.

미국은 애리조나·캘리포니아주에서, 중국은 베이징 일대에서 대규모 무인주행 시범 사업에 나섰지만 한국은 운전자가 탑승한 채 제한적인 구역에서만 한다. 한국의 자율주행 시험 운행 누적거리가 72만㎞에 불과한 이유다. 미국(웨이모)은 3200만㎞에 달하고 중국(바이두)도 2100만㎞가 넘는다. 대규모 실증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 자율주행의 특성상 데이터 부족은 치명적이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도 ‘정비·점검은 정비업체에서 해야 한다’는 1980년대 자동차관리법에 막혀 있다가 최근에야 임시로 허가됐다.

모빌리티산업의 날개를 꺾는 규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만도와 SK텔레콤이 개발한 자율주행 방범로봇은 모니터링 요원과 함께 다녀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해 보도 주행이 불가능하다. 수시로 바뀌는 고무줄 규제 탓에 라임, 뉴런모빌리티, 윈드 등 글로벌 공유킥보드 업체가 한국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했다. 배달 로봇, 드론도 규제 그물에 옴짝달싹 못한다.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 확산을 좌절시킨 택시업계 등의 기득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다.

모빌리티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율주행 기술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총결집하는 분야다. 자동차와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진검승부를 피할 수 없는 승부처다. 여기서 뒤처지면 산업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여야 의원들의 모빌리티산업 육성 목소리가 말로만 끝나지 않고 규제개혁 입법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