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퍼펙트 스톰' 최악 시나리오 경영 짜라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 경제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충격보다 더 셀 것으로 추정돼 퍼펙트 스톰이라 불리는 총체적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 불황, 이에 대응하는 양적완화, 엔데믹 전환에 따른 양적긴축 등 연이은 비상 조치에 기인한 수요 측면만이 아니라, 팬데믹과 함께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교란, 유가·원자재가격 급등 등 공급 측면이 함께 촉발한 총체적이고 복합적 위기라는 면에서 예측이 어렵고 해법도 쉽지 않다.

우리 기업과 정부는 이 엄중한 시기에 대응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국민 경제의 중심인 기업은 단기적으로 최악의 상황에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 경영이 필수적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신(新)3고가 기업을 옥죄는 가운데 향후 경제 전망은 극히 유동적이고 불확실해 예측불가다. 국내외 상황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올해 사업계획은 최대 분기 단위로 최선, 정상, 최악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회사의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매출, 비용, 투자, 자금을 관리하는 현금흐름(cash-flow) 중심의 시나리오 경영이 중요하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기업과 민간의 불안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도록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대통령실이 비상경제 대응체제를 발동하고 전 내각이 매주 비상경제장관회의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다만 기능 중심의 정부 부처 조직으로 전대미문의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현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경제 관련 부처만이 아니라 외교, 안보, 국방, 교육을 포함한 사실상 전 부처가 실시간으로 협력·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대통령실 또는 총리실에 ‘워룸’ 형식의 컨트롤타워 신설 등 위기 대응을 위한 미션 중심의 정부 조직 신설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도 필수적이다. 지금은 정쟁의 여유가 없는 비상시국이기에 국회에서도 여야가 협력해 정부와의 협치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해 퍼펙트 스톰이 현실로 닥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선제적으로 면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내부 유보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스스로 대응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중소·중견기업이 문제다. 기술력을 보유한 우수·혁신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흑자 도산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업이 살아야 위기 이후에 찾아올 기회에 큰 도약이 가능하다.

봉우리가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을 지나면 더 높은 봉우리가 있다. 현 비상시국이 아무리 급해도 단기 대책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위기 후 기회를 잡을 대비책도 시급하다. 중장기적 메가트렌드인 디지털·그린·인류문명 대전환에 대응하는 기업 및 국가의 역량 확보는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는 과제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의 탈(脫) 중국화 추세가 한국 수출 기업에 주고 있는 큰 기회도 서둘러 잡아야 한다. 한국 경제의 숙명인 글로벌화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고 위기 속 절호의 기회를 잡으려면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국가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급격한 임금 상승 대비 정체한 생산성과 추락한 기업가정신 회복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퍼펙트 스톰을 넘고 승자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