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노동계의 하투(夏鬪) 행보가 우려스럽다. 2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산업 현장 곳곳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막무가내식’ 행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공급망 불안이라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설상가상의 메가톤급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다. 노동계가 그제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시한 요구금액은 1만890원이다. 올해(9160원)보다 1730원(18.9%)이나 많고, 인상률 기준으로 지난 5년 평균(7.2%)의 세 배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 때의 기록(2018년 16.4%)도 능가한다.

물론 득달같이 오르는 물가 등을 감안하면 인상 요인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저성장·고물가로 생산·소비·투자가 동시 감소하는 경제 상황이나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업 고용주들의 지불 능력 등을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일단 노동계의 ‘완력’을 믿고 질러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산업현장 곳곳에선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의 힘을 믿고 벌이는 비상식적 폭력이 일상화한 지 오래다. 화물연대가 나라 경제에 2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히고 파업을 끝낸 지 채 열흘이 되지 않았다. 이번엔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에서 노조가 공장을 멈춰 세우고, 사측 인사들을 폭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59년간 무분규 사업장이던 곳이다. 하이트진로도 마찬가지다. 화물차주들이 지난 3월 민주노총에 가입하자마자 파업을 시작했고, 그 상황이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사장실 점거 농성은 50여일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임금피크제 폐지, 중대재해처벌법 유지 등을 외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일정도 이미 공개했다. 민주노총이 스스로 이성을 찾고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정부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로만 법과 원칙, 엄정 대응을 외쳐서는 안 된다. 이를 뒷받침할 세밀한 실행 계획과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가는 화물연대의 실력 행사에 무기력하게 백기를 든 과오를 되풀이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