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스테픈 커리의 '0.14초 성공학'
미국프로농구(NBA)의 3점슛 거리는 7.24m다. 올림픽과 국제농구연맹 기준(6.75m)보다 길다. 하지만 ‘3점슛의 달인’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8m든 하프라인이든 가리지 않고 3점슛을 명중시킨다. 지난해 말엔 NBA 최초로 개인 통산 3000번째 3점슛을 쏘았다. NBA 파이널 최다 3점슛과 최다 연속경기 3점슛 기록까지 세웠다.

올해 NBA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그의 슛 동작은 번개 같다. 공을 잡고 던질 때까지 소요 시간이 리그 선수들의 평균(0.54초)보다 0.14초 빠른 0.4초다. 그것도 예상 밖의 먼 거리에서 쏘기 때문에 상대 수비들이 맥을 못 춘다. 그의 맹활약 덕분에 NBA 승부에서 3점슛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옵션이 됐다.

이번 시즌 우승을 결정지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는 3점슛 6개를 퍼부으며 34득점을 올렸다. 팀 승리와 함께 정규시즌, 올스타전, 파이널 MVP까지 석권한 첫 선수가 됐다. 올해 만 34세. 온갖 고난을 딛고 일군 영광의 순간이었다.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치자 경기 종료 직전 그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의 신체 조건은 불리했다. 농구 선수로는 작은 키(191㎝)에 체격도 왜소했다. 그런 상태에서 큰 선수들을 뚫고 슈팅 공간을 만들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타이밍을 잘 잡아야 했고 슛 정확도도 높여야 했다. 그래서 실제 림(지름 46㎝)보다 작은 것으로 연습했다. 매일 슛을 1000개씩 하는 훈련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이렇게 눈물겨운 노력으로 무명의 대학팀을 전국 무대에 진출시켰고, 중위권 아래이던 프로팀을 시즌 최다승 팀으로 키워냈다. 그러면서도 개인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동료들을 도왔다. 코트 밖의 활약도 남달랐다. 3점슛에 성공할 때마다 난민들에게 모기장을 선물하고, 불우 청소년들에게 컴퓨터를 기증했다. 또 코로나로 끼니를 굶는 어린이와 가족에게 1600만 끼니의 음식을 제공했다.

자신의 성공비결에 관해서는 “머리를 숙이고 계속 일하면서 목적대로 걸어가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긴다”며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린 스타’들에게는 자기의 시그니처 슈즈에 새긴 숫자 ‘4:13’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성경 빌립보서 4장 13절의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를 가리킨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