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광양·울산·대산·포항·동해·경인 등 6개 항만에선 반출입이 완전히 끊겼다. 이대로 5일만 더 가면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물류 기능도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정도다.

피해는 물류·수출뿐 아니라 생산 부문으로도 급속 확산 중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평균 출하량은 10%로 추락했고, 시멘트 차량 운행 중단 여파로 레미콘 공장 가동이 멈춰 공기 지연도 현실화했다. 다음주쯤이면 ‘건설현장 셧다운’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제철·타이어·전자·주류·식품업계에도 비상이 걸리는 등 운송거부 피해는 일파만파다.

오죽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촉구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명령을 거부하면 화물운송업 면허 취소 같은 강력 처벌도 가능하다. ‘개인사업자들의 권익단체’인 화물연대의 여러 불법적 투쟁과 파장은 업무개시명령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안전운임제 영구화’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화물연대의 비타협적 협상 행태도 공감하기 어렵다. 안전운임제 시행 후 단거리(50㎞ 이하) 운임은 무려 42.6%나 올랐다. 모든 경제 주체가 유류비 급등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마당에 ‘차주만은 한푼도 손해볼 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은 막무가내식 떼쓰기와 뭐가 다른가. 안전운임 산정을 위한 ‘원가 조사’를 차주 설문조사에 의존하는 등 제도 운용의 문제점도 한둘이 아니다.

파업은 결국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지경에 달했다. 완력으로 물류망을 중지시키고 위협해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사고가 먹히던 시대는 지났다. 정상운행 화물차량에 돌이나 페인트를 투척하는 불법행위에 의존하는 저급한 ‘투쟁’은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일 뿐이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화물연대에 ‘일몰제 잠정 연장 추진’ 같은 여러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정부의 합리적 제안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게 화물연대에 남은 출구다.

이번 파업은 윤석열 정부와 노조단체의 향후 5년 관계를 가름할 시금석이다. ‘좋은 게 좋다’며 굴복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른 국정운영’이라는 목표는 헛구호가 될 것이다. 그간 안전운임제를 방치해 사태를 촉발한 거대 야당도 ‘화물연대 편들기’에서 벗어나 결자해지 자세로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