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조합의 일감 독점 소식은 충격적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치열한 생계 현장에까지 노조 횡포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덕수 총리가 지난 27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찾아간 새벽 인력시장에서 한 근로자는 일부 건설 현장에서 노조원 위주로 일을 하게 해 비노조원은 일할 기회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했다.

노조의 일감 독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선 현장에 다른 노조원이 채용되면 기존 노조원들이 작업을 거부하거나 집회를 벌여 채용을 무산시키는 것이 다반사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채용을 놓고 쌍방 폭행이나 고소 난타전을 벌이는 노노(勞勞) 충돌도 잦다. 공기업에선 귀족노조의 일자리 세습도 모자라 노조 간부가 채용 장사를 하다 적발된 사례까지 있다. 이처럼 강성 노조의 일감 독점 행위는 사업장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노조 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노조 폭주에 직무유기로 대응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올해 초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 농성 당시 회사 측은 엄정한 법 집행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정부와 경찰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생존을 위협받던 비노조 택배기사들 사이에선 “이게 나라냐”는 울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코로나 시국에 보수단체 집회는 방역 지침을 내세워 통제하면서 민노총 집회는 수수방관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교육과 함께 노동을 3대 개혁 대상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총리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이 원팀이 돼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일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제로 ‘주 52시간제’나 ‘최저임금제’가 주로 거론되지만, 서민의 생계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조 횡포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무법천지로 전락한 전국 곳곳의 노동 현장에서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하는 과제가 한 총리 어깨 위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