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美 총기 규제와 헌법 딜레마
미국 사회에서 총기(銃器) 규제만큼 ‘뜨거운 감자’도 없다. 총기로 인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으레 규제 강화 법안이 발의되지만 반대론에 밀려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기 일쑤다.

작년 미 하원은 총기 구매자 신원 확인을 강화하고 온라인 총기 구매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공화당 반대로 부결되고 말았다. 2012년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땐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촉구한 규제 법안 의회 통과가 불발됐다. 지난 24일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전철을 다시 밟지 말자는 다짐이다.

총기 규제 강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공교롭게도 미국 수정헌법 제2조다. 미국 연방 헌법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만 간결하게 규정한 본문 7개 조와 수정조항 27개 조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수정 2조가 개인의 무기 소유 및 휴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은 민병대를 구성해 독립전쟁을 수행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왔다. 시민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선언이기도 하다. 이를 근거로 총기 규제는 위헌이란 주장과 주(州)가 민병대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조항일 뿐, 총기 소지 자유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그러나 일부 범법자의 일탈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총기로 지킬 권리를 뺏길 수 없다는 정서가 미국인에겐 강하다.

총기와 관련해선 연방 규정도 있지만, 주마다 관리 및 규제 수위가 다르고 복잡하다. 일단 중(重)범죄 전과자, 수배자, 시민권·영주권 없는 사람, 정신병력자 등이 아니면 만 18세 이상부터 총기 구입이 가능하다. 공격용이 아닌, 사냥용이나 방어용 총기는 대부분 주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인구보다 많은 총기(총 3억9330만 정)로 세계 1위 총기 보유국이 됐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숨지는 사람만 매일 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50년간 총기 사고 사망자는 약 150만 명으로 전쟁에서 숨을 거둔 미국인(120만 명)보다 많다고 한다.

서부개척 시대에 총기는 약자(弱者)들이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도구였다. 총이 ‘평등자(equalizer)’라고 불린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젠 가족과 사회를 위협하는 흉기라는 양면성 앞에 개인 권리 보호만 주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