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에 활력 불어넣을 도심 공원
서울의 오랜 바람은 역사의 시작인 종묘와 자연의 상징인 남산의 연결이다. 서울시는 종묘~퇴계로 일대를 중심으로 도심의 건강한 삶을 위한 공원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심생태계를 조성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도심은 그동안 대중교통이 확충되고 기반시설이 설치돼 시민들의 도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정서에 기여할 수 있는 공원은 늘 부족했다. 특히 도심의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주거 면적은 점차 줄어들면서 공공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원 등 탁 트인 여유 공간의 부족은 심각한 도시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는 살고 일하고 즐기는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생태계다. 도심은 보행자가 가장 많은 곳이고, 보행은 도시 활동의 기본이자 도시 문화의 원천이다. 도심의 건강한 삶을 영유하고, 도심을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지는 조화로운 생태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부족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도심공원은 일상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시민들이 휴식과 여가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반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서울의 산과 강 등 생태 환경이 중심이 돼야 할 곳과는 별도로 생활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친화형 공원으로 특화하자는 의미다.

기능적으로는 다양한 시도와 거침없는 도전을 응원하고 기업가 정신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플랫폼으로 조성해야 한다. 청계천과 세운상가가 한국 산업화에 기여했듯이 종묘~퇴계로 일대도 창조적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도시 생산 생태계의 거점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서울의 오랜 숙제와 시급한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이 사업의 성공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의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미래를 담는 혁신적인 사업, 특별한 도시계획·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와 배터리파크시티는 특별도시설계구역으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는 사전에 용도를 지정하지 않는 백지용도지역으로 개발됐다. 미래 모습을 담은 특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개발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업단위 계획을 적용한 경쟁 도시들의 사례다.

이들의 성공에는 시정부의 투자와 혁신적인 공사의 역할이 컸다. 민간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에만 의존해서는 미래 비전을 실현할 수 없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 자원의 마련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미래에 창출될 세수를 기반으로 조세담보금융(TIF) 등 창조적인 공공 금융 기법을 도입해 공공투자와 민간 개발을 결합한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서울의 시대적 과제는 분명하다. 창덕궁과 종묘 그리고 남산을 잇는 역사적이자 세계적인 장소에 다음 세대를 위해 활력 넘치는 미래 도시생태계와 공원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 산업혁명에 참여하지 못해 근대도시 모델을 쫓아가기 바빴던 서울이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시대에 미래도시 문명의 발원지이자 새로운 문화의 발신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