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 370곳의 직원 평균 연봉이 대기업(2020년 기준 6348만원)보다 많은 6976만원으로 나타났다. 1억원을 넘는 공공기관 수도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5곳에서 작년 20곳으로 4배 늘었다. 박사급 인력이 많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과 취업 선호도 1위 직장인 금융공기업이 대부분이라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적이 훌륭하다면 후한 보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의 현실은 반대다. 영업이익 관련 실적이 있는 공공기관 362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170곳이 작년에 적자를 봤다. 36개 공기업의 순이익 합계는 2017년 4조3000억원에서 작년 1조8000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부채 규모는 같은 기간 364조원에서 434조원으로 19%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177%에서 194%로 높아졌다. 민간기업이었으면 생존을 위협받을 상황에서 구조조정은커녕 거꾸로 고(高)임금 잔치를 벌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특유의 비효율과 방만함이 전방위로 확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출범 직후 바로 폐기해버렸다. 동시에 공공개혁도 동력을 잃고 말았다. 대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밀어붙이며 정권 5년간 공공기관 직원 수를 10만 명(약 30%) 늘렸다. 지방 공기업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공공부문의 조직과 인력은 갈수록 비대해져갔다. 이 와중에 강성 노동조합들이 ‘철밥통’을 착실히 챙기며 ‘코로나 무풍지대’를 내달렸다.

정부 위임 업무가 있거나 독점 분야라 하더라도 공공기관의 신설과 비대화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지금처럼 방만한 공공으로는 전체 경제의 활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민간과 경합하는 공공기관 업무는 조정하고, 인력 효율화와 출자회사 정리, 기관 신설 자제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공기업 민영화까지 담은 과감한 공공개혁 청사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환부를 정면으로 도려내는 수술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민영기업이었다면 ‘탈원전 환상’에 빠진 비정상적 경영으로 지금같은 천문학적 적자가 났을까. 경쟁도 없고, 효율과 혁신도 기대하기 어려운 공룡 공공기관들을 그대로 두고 민간 주도 성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