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국회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한 뒤 보인 중국의 반응이 기가 막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윤 대통령 연설 후 가진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당국 간 소통, 호혜적 경제 협력 등 4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제안이지, 발언 내용을 보면 ‘경고’에 가깝다. 왕 장관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산업망 및 공급망의 안정성과 원만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견제 목적의 미국 주도 공급망 협력체(IPEF)에 가입할 경우 중국 시장을 잃을 각오까지 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이다. 그러면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영구적인 이웃”이라고 했다.

중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 보인 반응들은 이처럼 하나같이 ‘어르고 달래는’ 식이다. 과거처럼 그런 결례를 범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윤 대통령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공약과 관련, “사드는 중·한 관계의 금기어가 됐다”며 입막음을 시도했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대뜸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중국이 중요한 국가임은 부인할 수 없다. 북핵 문제에서도 큰 발언권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제1 교역국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80%가 넘는 소재·부품이 1850개에 달한다. 중국이 이런 힘을 지렛대로 한국을 쥐락펴락 농락한 게 지난 5년간이다.

한국의 IPEF 가입은 이런 비정상적 외교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다. 일방적 ‘굴종 외교’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한·중 양국이 대등한 상호존중 원칙 아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더구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아니라 바야흐로 ‘안경동행(安經同行)’의 시대다. 미·중 체제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장기화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경제 블록으로의 편입이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요구되고 있다. 오는 24일 일본에서 IPEF가 공식 출범한다. IPEF 회원국들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통해 중국이 더 이상 무례를 범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