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발명과 벤처정신
우리는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최초의 것을 발명하고,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 자체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구, 엑스선, 스마트폰과 같은 ‘최초’가 바꿔온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최초’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류에게 지속해서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인류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기리며 발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해 각 나라들은 저마다의 기념일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위대한 과학자 장영실이 측우기를 발명한 날로 정하고 있고, 미국도 발명의 대명사이자 GE 창립자인 토머스 에디슨의 생일을 발명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오늘날 발명은 스타트업, 벤처기업으로 실현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최근의 제2 벤처붐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벤처붐에 의해 2017년 3개에 불과하던 유니콘기업이 현재 여섯 배 증가하고 예비 유니콘기업이 350여 개에 달해 혁신기업의 층이 두터워졌다. 제1의 벤처붐이 닷컴기업으로 불리는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면 현재의 벤처붐은 IT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유통, 의료, 농업 등 업종이 다양해졌다. 대기업들도 사내외 벤처를 운영하며 벤처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성장 둔화와 인류의 난제에 직면한 오늘날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니즈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벤처기업이라 할 수 있는 GE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발명한다’는 모토 아래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오늘날까지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고, 항공기에 동력을 제공하고, 헬스케어의 디지털화를 실현하며 그 모토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런 오랜 역사를 이어온 비결로 근본적인 가치, 린(lean), 도전정신 등을 꼽는다. 필자 또한 GE가 올해 창립 13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것은 거대조직의 한계 극복과 민첩성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 결과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오늘날 신생 벤처기업 중에서도 인류의 변화와 번영에 기여하며 100년 역사를 기록할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산업 구도를 바꾸고 있는 벤처기업을 봐서 알듯이, 오늘날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단지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영향력이 생기고, 그 영향력이 최고를 만든다. 벤처정신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기업, 벤처의 성공을 지원하는 기업, 새롭게 생겨나는 혁신 벤처들을 보며 필자는 더 이롭게 전환할 인류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된다. 벤처화에 힘입어 기후 변화, 에너지, 고령화 등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발명을 머지않아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