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흐름 바꾼 우크라이나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현대 역사의 전환점이란 사실은 이미 명백하다.

우선 이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목적과 그 확장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종결시켰다. 중앙 유럽과 발트해로의 보호 우산 확장이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한 전략가들은 확장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과거 동맹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피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가입 신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NATO는 뇌사 상태”란 비판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다.
'하드 파워' 시대의 도래
NATO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단결되고 효과적인 방어군으로 부상할 것이다. 회원국들은 소련 시절 보유했던 무기들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양했다.

두 번째로 전쟁은 독일을 변화시켰다. 유럽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한 외교·국방 정책을 포기했다. 군을 재건하고 군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소한 2%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군사 분쟁이 치열한 국가에 대한 무기 이전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세 번째로 전쟁은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공급이 빠듯하고 물가가 비싼 시대에 이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가 전략적 약점이었던 독일조차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향후 10년간 유럽은 러시아 화석연료를 중동, 아프리카, 미국산으로 대체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방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유럽이 힘겨운 과도기를 겪는 동안 미국은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에너지를 지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몇 통념을 깼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경제 여건이 정치를 지배해왔지만 이를 뒤집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은 러시아의 급격한 경기침체와 생활 수준의 장기적인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항의하기 위해 사의를 밝혔지만 푸틴은 동요하지 않았다. ‘러시아 제국’을 재창조하려는 그의 꿈이 경제보다 우선이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침략은 미국이 초국가적 의제보다는 강대국 간 경쟁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 세계 건강과 빈곤, 이민, 기후 변화 등의 중요한 문제들이 의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당분간 러시아, 중국과의 경쟁이 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美·러 등 초강대국 경쟁 심화
‘하드 파워’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도 이뤄졌다. 정보전에 능숙한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첩보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 없이는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다. 그가 주장해왔듯 미국이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면 국내총생산의 3% 이상을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전선에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비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How the Ukraine War Changed Histor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