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新 문고리 권력?
역대 정권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다. ‘권력의 크기는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좌우된다’는 속설 그대로다. 대표적 문고리 권력은 부속실장이다. 부속실장의 주요 업무는 대내외 행사와 외부 인사 면담, 장관과 참모 보고 등 대통령 일정 관리다. 장관과 수석이 대통령 집무실을 노크하려면 부속실장을 거쳐야 한다.

부속실장이 마음에 드는 장관과 수석의 보고 시간은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 분위기가 좋을 때 잡아줘 성과를 내게 하는가 하면, 반대로 의도적으로 면담을 막거나 일정을 미뤄 대통령과 특정 참모 사이를 멀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길목에서 그의 눈과 귀, 정보를 잡고 있으니 최고의 숨은 실세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부속실장의 힘을 더 키운 요인은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 만큼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을 오래 보좌해온 최측근을 부속실장으로 삼았다. 총무비서관도 문고리 권력에 가깝다.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져 대통령 집사로도 불리는 이 자리 역시 대통령 복심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온갖 민원과 청탁이 쏟아지면서 구속되는 등 뒤끝이 좋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때 장학로·홍인길, 노무현 정권 때 양길승·최도술·정상문, 이명박 정권의 김희중·김백준, 박근혜 정권 시절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씨가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부속실장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을,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을, 또 다른 실세 자리로 꼽히는 인사기획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두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때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측근이어서 ‘문고리 권력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다른 게 있다면 용산 대통령실 구조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수석 등 참모들 사무실이 한참 떨어진 청와대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 백악관과 같이 대통령 집무실 옆과 복도 맞은편에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각 수석 방이 배치돼 있다. 몇 걸음이면 닿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내 방에 격의 없이 수시로 오라”고 했다. 이 말대로 실천해 역대 정부의 문고리 권력처럼 대통령 면담을 놓고 위세를 떠는 폐해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