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적자 누적으로 내년엔 채권을 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보도(한경 A11면)는 충격적이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 차입금이 51조원가량인데, 올해 예상 적자도 최대 3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채권 발행 한도(91조8000억원)가 바닥날 전망이다. 차입을 통한 회사 유지도 힘들어지는 셈이다. 한국전력공사법(16조 2항)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45조9000억원)의 두 배 이내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매년 수조원씩 이익을 내던 초우량 기업 한전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포퓰리즘적 전기료 동결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2016년 12조원이던 영업이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조9500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흑자를 낸 것을 빼면 2018~2019년, 2021년 모두 적자였다. 특히 유가가 급등한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6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도 2만2000원대로 추락했다.

탈원전 여파로 한전 부채는 5년간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치솟는 유가를 반영해야 할 연료비 연동제까지 무용지물로 만들며 전기료 현실화를 다음 정부로 넘긴 탓에 한전은 골병이 들었다.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로 한전이 입는 손실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 때문이 아니었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체 재무구조도 자연히 악화일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109조원이던 부채가 작년 말 146조원가량으로 급증했다. 이대로 가면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 상황이다. 이런 판에도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올 들어서만 15조600억원 규모의 채권에 기댔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지면 생존 자체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치논리로 희생된 ‘빈사의 공룡’을 살리는 것은 결국 국민 몫이다.

한전의 지난 1분기 영업손실(추정치)은 5조7000억여원으로 지난해 전체 적자보다 더 많다. 한전공대로 인한 재정 부담도 걱정이다. 전기요금 산정 때 ‘원가주의 원칙’을 고려하고, 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도 독립기구화하겠다는 새 정부 방침이 한전 회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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