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좀비세 인하
자동차는 세금을 먹고 달린다고 한다.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0%나 되기 때문이다.

휘발유에는 기본 7개, 최대 8개의 세금 및 부담금(준조세)이 들러붙어 있다. 관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석유 수입 부담금, 석유 품질검사 수수료 등 7개 세금 및 부담금과 옥탄가 94 이상의 고급 휘발유에 붙는 석유 판매 부과금이 있다.

정부가 소비자의 기름값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어제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종전 20%에서 30%로 늘렸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세 등이 이 비율대로 떨어진다. 이들 세금의 첫 번째 특징은 정액세다. 유류세의 기본이 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법령에 따라 L당 529원, 주행세 138원(교통세의 26%), 교육세 79원(교통세의 15%)에 부가세 10%가 붙어 총 820원의 정액으로 설정돼 있다. 여기서 20%를 인하하던 것을 이번에 30%로 확대했다는 얘기다. 유류세는 정액세인 만큼 이론적으로 국제 유가가 0원이라고 하더라도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등 746원의 세금은 그대로 부과된다. 또 가격이 아니라 사용량에 세수가 연동되는 ‘종량세’ 구조여서 유가가 떨어져 기름 사용이 늘어나면 세수도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세금은 법률에 따라 세율이 매겨지는 조세법률주의를 적용받고 있으나, 유류세는 대통령령에 따라 세율을 중간에 조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탄력세다. 유가가 치솟을 때 세율을 내리고 유가 하락으로 자동차 운행 수요가 많아 대기오염 유발 우려 등이 있을 때는 세율을 올려 조절한다는 취지다. 현행 유류세의 탄력세율은 ±30%로, 이번 인하 조치는 최대폭으로 내린 것이다.

유류세는 마이카 붐이 불기 시작한 1994년 10년 기한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이후 일몰 기한이 걸릴 때마다 3년씩 연장해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도 건재하다. 유류세가 없어질 듯하면서도 3년마다 생존 연장을 거듭해 가자 ‘좀비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앞으로 유류세의 최대 변수는 기름 대신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다. 단일 세목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뒤를 이을 정도의 유류세 대체 세원을 찾기가 쉽겠는가. 벌써 전력세 도입론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소득과 편익이 있는 곳이라면 지옥까지라도 쫓아가는 게 세금 아니겠나.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