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본질 외면한 인수위의 교육교부금 개편안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교육 수요와 무관하게 내국세 규모에 연동돼 있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교육교부금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답변 내용이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는데 내국세의 20.79%가 무조건 전국 교육청에 지급되는 교육교부금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추 후보자의 문제의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인수위는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대학)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교육청이 그동안 초·중등 교육에만 쓸 수 있었던 교육교부금을 대학을 위해서도 쓸 수 있도록 사용처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없던 돈이 새로 굴러들어오게 된 대학들은 표정 관리에 급급한 모습이다.

교육교부금은 그동안 방만한 재정 운용의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선출직인 교육감들은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을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 투자 대신 인기영합적인 현금성 지원에 쓰는 데 급급했다.

교육교부금 사용처를 고등교육에까지 넓히겠다는 인수위의 이번 국정과제는 이 같은 비효율을 일부 해소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초·중등 교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 투입은 지나치게 큰 반면 고등교육 투자는 너무 적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의 수혜 대상을 넓히면 예산의 비효율이 오히려 더 확대될 뿐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교육교부금의 비효율 문제는 대학의 지원 대상 포함 여부가 아니라 재정 수요와는 무관하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무조건 지급되는 구조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내국세 연동제 방식을 유지한 채로 대학에 교육교부금을 지급하면 결국 초·중등 교육에서 발생한 방만한 재정 운용의 문제가 대학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수위가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 투자를 늘리고 예산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한다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일률적으로 교육교부금으로 할당되는 구조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 향후 투자 필요성과 과거 투자 성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별도 예산을 더 편성하면 될 일이다. 교부금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예산이 이 같은 검증 절차를 거쳐 편성된다. 교육교부금의 ‘달콤한 맛’에 취한 이익집단이 늘어날수록 예산 누수의 근본적 원인인 내국세 연동제를 개혁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