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표적 ‘족쇄 규제’로 불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손질에 나섰다는 한경 보도(4월 20일자 A1, 4면 참조)다. 법 위반 시 처벌 방식을 ‘징역·벌금’에서 ‘벌금’ 중심으로 바꾸고, 모호한 경영 책임자의 안전 의무 기준도 명확하게 보완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경영계가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해온 내용들이 상당 부분 담겼다.

중대재해법은 시행 석 달 만에 ‘기업 최고 재앙법’으로 판명났다. 중대사고는 크게 줄지 않고, 기업들의 피해만 가시화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물론 경찰, 환경부, 지방자치단체까지 경쟁적으로 사고 조사에 나서면서 사고 현장은 초토화 상태다. 몰려드는 자료 제출 요구와 중복 조사에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강력한 처벌 규정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법 위반 시 징역 하한선은 1년이지만, 검찰은 최장 30년(재범은 45년)까지 구형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대형 사고 한 건이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겁주기’ 일변도의 중대재해법은 법 조항 전체를 뜯어고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법 개정은 요원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인수위도 당장 고칠 수 있는 시행령 수준에서 손질을 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아쉽지만 경영계와의 협력 속에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인수위는 중대재해법 외에 주 52시간제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에 대해서도 수술에 나선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와 도약을 막는 ‘신발 속 돌멩이’가 어디 이뿐이랴. 한국에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갈라파고스 규제’가 유독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제에 한국 유일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벌여 과감하게 철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