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세 소상공인 기준' 마련 시급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업 차질과 일자리 감소 등 그동안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대부분 피해는 기업, 국민이 감수하나 소상공인 영업이익 감소는 세금으로 보상한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마땅하나 소상공인 기준 충족이 영세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행법상 중소기업은 업종별 매출 10억~120억원 이하 소기업과 그 이상인 중기업으로 나뉘는데, 상시근로자가 5인(서비스업) 또는 10인(제조업 등) 미만인 소기업이 소상공인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은 연간 매출 10억원 이하고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이면 해당된다. 이 기준이 영세성과 무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자산·부동산·임대소득 등 사업주의 다른 자산·소득을 고려하지 않는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가 음식점 경영주라도 매출과 근로자 수 기준만 충족하면 소상공인이다. 둘째, 현행법상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이어야 중소기업으로 인정되는데 이를 소상공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5000억원이 넘는 자산가도 위 사례와 같은 음식점을 개인 소유 법인으로 분리하면 소상공인으로 인정된다.

셋째, 사업장·업종이 여럿이라도 합산하지 않는다. 부가세법상 사업자등록은 사업장별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점을 여러 곳 가지고 있어 합산 시 기준 초과라도 각 사업장이 미달이면 인정된다. 소상공인으로 인정되는 음식점과 임대업을 같이 운영할 때 임대업 매출 30억원 미만,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이라면 주된 업종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역시 소상공인이다. 식료품 제조업 등 17개 업종은 매출 120억원까지 소상공인이다.

현재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 보상은 매출, 영업이익 감소 중심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신뢰도가 낮다. 낮은 자영업자 소득 포착률은 각국 공통 현상이다. 경제공동체인 세대 전체의 다른 자산·소득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당해 사업장 매출, 근로자 수 같은 유동적 지표로만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상황이 열악한 소자산·저소득 임대 소상공인, 무허가 노점상, 택시 기사 등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면서 재정 부담만 높일 뿐 아니라 ‘유리지갑’ 월급 소득자나 경제적 약자 부담으로 강자를 돕는 불공정을 배제할 수 없다.

고용 유지 조건과 관계없이 경제적 약자를 지원한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매년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전국 가구의 자산·부채·소득에 대한 대규모 통계로 참고할 만하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가구당 순자산은 평균 4억1500만원이며, 10억원 이상은 9.4%, 최고 상속증여세율(50%)이 적용되는 30억원 이상은 0.9%다. 가구 소득은 평균 6125만원, 1억원 이상은 15.7%다. 따라서 타당성 높은 자산·소득 지표로 먼저 영세성 기준을 설정한 후 경제적 약자의 손실을 폭넓게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다양하다. 예를 들면 노란우산공제 가입으로 연간 500만원 한도 소득공제, 압류금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땐 일자리안정자금이 지원됐다. 타당한 영세 소상공인 기준이 마련되면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효과적인 약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