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이달 내 가입 신청을 하기로 계획을 확정했다. CPTPP 회원국의 동의를 얻고 협상해야 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실제 가입까지는 2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CPTPP는 세계 무역의 15.2%(5조7000억달러, 2019년 기준)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체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1개 회원국을 상대로 한 무역 규모가 한국의 전체 수출과 수입에서 23.2%와 24.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교역 내 비중이 상당하다. 가입 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5%포인트 증가하고 향후 15년간 연평균 6억~9억달러 규모의 순수출 증가 등 상당한 시장 개방 효과가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국익에 크게 기여할 사안을 임기 내내 미뤄오다가 임기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야 추진 계획을 결정했다. 그동안 검토를 다각도로 해온 데 따른 결정이라고 둘러대지만 어수선한 정권 말에 후다닥 해치우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작년 9월 가입을 신청한 중국 눈치보기와 함께 농어민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정부가 CPTPP 가입을 이제껏 미뤄온 것은 자신의 임기 내에는 가능한 한 갈등을 일으킬 일을 피하려는 ‘NIMT(not in my term) 신드롬’의 전형이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정부 방안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한 것이나 연료비 상승에 맞춰 마땅히 올려야 할 전기료를 계속 동결해 다음 정권의 부담으로 남겨둔 것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 이후 공적연금에 어떤 방식의 손질을 가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이기도 하다. 용기를 내야 할 일은 철저히 외면하고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때는 침묵 뒤로 숨어버렸다. 대신 세금을 동원해 생색을 낼 수 있는 일에는 그 어느 정부보다 열성적으로 임했다. 문 정부의 비겁함은 그동안 유예된 계산서들이 한 장씩 날아올 때마다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