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의 참관 아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두 발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그제 오후 6시께 함흥 일대에서 이뤄졌다. 올 들어 13번째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한·미 훈련을 즈음해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고도 약 25㎞, 비행거리 약 110㎞로 짧다. 하지만 ‘전술핵’이 강조됐다는 점은 긴장할 대목이다. 북한 중앙통신은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며 핵무력을 한층 강화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소개했다. 미사일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력 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공언했는데,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온갖 미사일에 전략·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해지면 북한은 한국은 물론 세계 안보를 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된다.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위협해 온 ‘핵전쟁 불사론’이 빈말이 아닐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미사일도 요격을 회피하기 위한 활강 및 상승 기동을 하는 특성이 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대처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대응은 국민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도발 하루 지나 개최한 것부터 그렇다. 군이 북한의 발표 뒤 도발 사실을 늑장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혹여 단거리 미사일이라서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건지 묻고 싶다. 7차 핵실험과 ICBM 도발을 예고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초긴장감을 갖고 대해도 모자랄 판에 안보에 무감각한 건지, 안일한 건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여기에 더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한·미 훈련은 야외 실병력 기동 없이 이뤄진다고 한다.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4년째 컴퓨터 도상 훈련만 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에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말해왔으나 실전 훈련 없이 어떻게 강군이 될 수 있겠나.

이 정부는 북한이 ‘삶은 소대가리’ 등 온갖 막말을 해도, 우리 공무원을 총으로 쏴 죽여도, 우리 돈으로 지은 남북한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했다. 북한에 굴종하다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는데도 끝까지 눈치보기로 일관한다. 이게 ‘말년 없는 정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