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여론조사는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운가
현대 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 덕택에 무엇을 소비할지, 혹은 어디에 투자할지 등 많은 문제에 관해 보다 좋은 해답을 얻게 됐다.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어떤 결정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높을지, 어떤 음식점의 음식이 더 맛있을지 의사결정 당사자는 확실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정보통신기술이 이를 가능케 해준다.

의사결정 문제에서 선택 대상에 대한 정보는 여러 형태로 주어진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상당히 유용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도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 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백만 명이 틀릴 수 있나?”라는 논리로 많은 사람의 선택을 따라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사용한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나와 비슷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최선의 정보를 활용해 선택할 것이므로 그들의 선택은 유용한 정보를 전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부터 배우고자 하기 때문에 거짓된 정보를 만들어낼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흔히 ‘인터넷 알바’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실제 경험이 아니라 거짓 정보를 인터넷에 유통시키고, 이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소비자들이 생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선택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의견이나 선택의 배후에 있는 진짜 유인을 알아내야 한다. 만일 이런 정보가 우리의 의사결정을 호도하기 위해 생산되고 유통된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사람들에게 가져다줬고 그중에는 정치적인 주제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사람들은 정치적인 문제, 예를 들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지지, 혹은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 하는 선택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이 가진 정보를 활용하고자 한다. 이런 수요에 대응해 최근에는 여론조사가 많이 활용되는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여론조사를 하는 비용을 줄여줘 그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여론조사는 전체 국민의 일부인 표본을 추출하고 그들의 의견을 모아서 발표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런 여론조사가 전해주는 정보를 자신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바로 국민의 지지도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앞서 소비 혹은 투자 문제에서 지적했듯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선택을 자신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활용하려 한다면 이 결과에 자신의 이해가 걸린 정치집단은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의견이나 선택을 왜곡시킬 유인이 생겨난다.

대부분 여론조사는 비용 등의 요인을 고려해 1000명 정도 표본을 추출해서 조사하는데 이런 표본의 크기는 특별한 왜곡 가능성이 없다면 통계적인 오차범위 내에서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임의의 여론조사에서 선택된 1000명짜리 표본이 통계적으로 편향성이 없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대부분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10% 근처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결국 여론조사 참여를 피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여론조사 결과에 이해가 걸린 집단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있고 이들의 의사가 과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참조해 정치적 선택을 하는 나머지 국민의 의견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런 문제는 비단 여론조사뿐 아니라 인터넷 검색 순위, 댓글 생산 등 많은 사회적 정보망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정보통신기술 발달 덕택에 가능하게 된 이런 소통의 수단들은 국민의 주권행사를 도와주는 이기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국민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그릇된 정책 결정이나 대표를 선출하도록 만들어 해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상의 여러 모임이나 정보 생산에 대한 규제는 소통을 억제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그릇된 생산과 유통을 방치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