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기재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경제 부처 5곳에 초점을 맞춘 1차 조각(組閣)이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무척 엄중하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의 자질과 면면은 물론, 인선의 의미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윤 당선인은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고, 가장 유능한 분을 찾았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이끌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팀을 총괄할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은 기재부 차관,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또 재선 의원으로서 그동안 여당의 폭주에 맞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경제정책을 적극 비판해왔다. 산업부 장관 후보자인 이창양 KAIST 교수(기술경영학부)는 산업부 주요 보직을 거쳐 학계로 진출해 행정 경험과 이론 기반을 탄탄히 갖췄다. 기술혁신 전문가여서 급변하는 기술경쟁시대 산업부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는 2001년 세계 최초로 3차원(3D) 반도체 소자 기술인 ‘벌크 핀펫’을 개발한 세계적 반도체 석학이다. 반도체가 갖는 국가 기간산업적 무게에 비춰볼 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발탁이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을 지낸 의대 교수로, 윤 당선인이 코로나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극복하는 데 주안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깜짝 인사’ 주인공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 ‘1타 강사’를 자처하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失政)을 제대로 파고든 인물이다. 의정활동과 제주지사 경험을 살려 국민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추경호 경제팀은 관료 경험과 전문가적 능력을 잘 버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과제와 도전도 만만치 않다. 장관들 스스로가 세부적인 사안까지 챙기면서 핸들을 단단히 잡지 않으면 정권 초 개혁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거대야당의 견제까지 극복해야 할 상황이다.

새 경제팀은 우선적으로 국가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일부터 챙겨야 한다. 올해 1075조원대로 급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길 것이 확실시되는 재정 상황은 한국 경제 위기의 가장 큰 뇌관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금리가 상승을 거듭하면서 국채 이자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을 마련하고 재정 내실화를 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예산으로 잡아놓은 지출을 줄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에게 재정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추가경정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삭감하면서 연도별 구조조정 방안을 새로 짜는 것이 현실적이다.

새 정부 경제팀의 또 다른 과제는 구조개혁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변화, 각종 연금·노동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고용 유연성 제고, 노조에 기울어진 노사 관련 법·제도 균형 맞추기, 최저임금의 업종·지역 차등화 등이 그 세부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5년 임기가 이제 막 시작되는 새 정부지만, 국정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과거 정부들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첫 단추를 성급하게 끼워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좌고우면하면서 경제개혁의 타이밍을 실기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정책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