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결국 4% 벽을 뚫었다. 통계청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10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석유류(31.2%)·공업제품(6.9%) 가격 급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가 현실화한 데 따른 고물가 쇼크다.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 같지 않다. 한국은행이 어제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바로 경고한 데 이어, 통계청도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우려를 더하는 것은 원자재난 등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국면에서 기업의 설비투자마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기업의 시설투자 및 유형자산 취득액은 총 3조784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2.3%(4조1653억원)나 감소했다. 작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74%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설비투자는 확연하게 뒷걸음질쳤다는 얘기다. 대신 기업 보유 현금성 자산(시가총액 상위 50곳의 경우)은 작년 한 해 23%가량 늘었다.

고물가와 투자 의욕 저하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추세적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유류세제 인하나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동시 긴축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에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활력 방안은 전방위로 수립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국내 투자는 외면하면서 해외 투자는 활발하게 진행하는 요인들을 정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선진국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리쇼어링 정책이 왜 한국에선 먹히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 기업 투자가 부족한 나라에 청년 일자리가 생겨날 리 없지 않은가. 지금은 전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었다. 그러고도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친노동정책과 고강도 규제로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투자 상황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투자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워룸’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