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치는 팬포커스다
국회의원 소개란에 내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도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며 사찰 주변의 나무와 꽃, 문화유산 등이 내 피사체였다.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우주가 있었고, 과학적 호기심이 많은 내게 꽃 안의 우주는 탐색하기 좋은 대상이었다.

피사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피사체를 카메라에 직설적으로 담을 때 보통 사람들은 아웃오브포커스 방식을 따른다. 빛을 렌즈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조리개 구멍이 보통 커지는데, 이때 중심 피사체만 확연히 밝아진다. 배경은 뽀얗게 흐려지고, 촬영자의 관심이 그 피사체에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말하게 된다. 또 아웃오브포커싱은 보도 사진에서 흔히 확인된다. 주변을 흐릿하게 해 정치인 아무개씨를 돋보이게 하는 정치면, 도심을 흐릿하게 해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이나 사물을 강조하는 사회면과 같이 아웃오브포커싱은 신문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강조하는 대상에 포커싱을 맞추기 위해 주변을 모두 흐릿하게 한다고 그 대상에 무조건 눈이 가는 것이 아니다. 빛의 양을 적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조리개 구멍을 좁혀야 한다. 그러면 포커싱은 한 부분만이 아니라 대상 전체에 골고루 퍼지고, 그 자체가 강조된다. 앞부터 뒤까지 포커싱이 된 사진은 촬영자와 대상 간 일체감을 준다. 전체에 눈이 가니 오히려 시선이 깊어진다.

대상 전체에 포커싱을 맞추는 팬포커싱은 보통 풍경사진을 찍을 때 사용한다. 거리에 따라 맞춰지는 포커싱이 아니라 모두가 선명성을 얻는다. 정치가 그렇다. 진영에 따라 옳고 그름이 선명해 아예 다른 대상에는 시선을 주지 않는 시대다. 사진으로 환원하면 오직 자신에게만 표를 주는 대상에게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아웃오브포커싱 방식이다.

카메라를 든다. 정치인에게는 세상 전체가 피사체고, 국민 모두가 피사체다. 골라 보는 정치인이라면 그는 결코 좋은 정치인이 아니다. 당장 표는 얻을지언정 정치사 리스트에 그는 비판을 넘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아웃오브포커싱으로는 당장의 선명성을 쉽게 얻는다. 팬포커싱은 오래 들여다봐야 하며, 조심스럽게 조리개를 다뤄야 한다. 전체에 가닿는 포커싱으로, 대상 모두가 선명해지고 생명성을 얻는다. 정치는 팬포커싱이어야 한다. 선명도가 대비되는 사진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눈앞의 피사체를 찬찬히 확인해야 한다. 피사체와 대화해야 한다. 가장 맨 앞의 대상을 넘어 전체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팬포커싱으로 찍은 사진 안에는 시간과 대화, 소통이 있다. 표를 준 사람만 국민이 아니다. 그들을 아웃오브포커싱하는 정치는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