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작년 10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2700억여원의 인수대금(계약금 뺀 잔금)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법정관리와 세 차례의 대주주 변경을 겪은 쌍용차는 다시 생사기로에 섰다. 거듭되는 ‘쌍용차 잔혹사’는 독자 생존 능력을 못 갖춘 기업에 시장이 얼마나 냉혹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대우그룹에서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는 동안 쌍용차는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극심한 노사분규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2009년 상하이차가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노조가 ‘옥쇄파업’으로 맞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코란도와 무쏘 신화를 탄생시킨 ‘SUV 명가’의 위상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고 체어맨을 개발한 기술력도 모두 사라졌다.

마힌드라로 주인이 바뀐 뒤에도 일부 쌍용차 강성 노조원들은 민주노총의 지원 아래 해고자 복직 투쟁에 나섰다. 옥쇄파업을 주도해 해고된 119명을 복직시켜 달라는 요구였다. 2018년 7월 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자 쌍용차 노사는 두 달 뒤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했다. 최악의 경영난에도 구조조정은 뒤로 밀렸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과 강성 노조가 쌍용차를 이 지경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쌍용차는 2016년 ‘반짝 흑자’ 이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 탓이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못 내놔 국내 시장에서 르노코리아, 한국GM과 꼴찌를 다툴 정도다. 노사화합과 ‘반값 연봉’을 내세운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캐스퍼로 돌풍을 일으킨 것과 대조된다.

쌍용차는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일부 네티즌이 ‘민노총이 인수해 노조천국 만들라’는 댓글을 달 정도다. 치열해진 미래차 경쟁 속에 전기차 한 대 못 내놓는 기업을 누가 인수하려 든단 말인가.

쌍용차는 새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청산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국민 혈세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수는 없다. 쌍용차 처리 문제는 ‘윤석열 정부’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애초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던 기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희망고문 기간만 늘리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