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경유값 쇼크
“일거리가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데 경유(디젤)값까지 이렇게 뛰니 미치겠어요.” 지난해 요소수 대란으로 가슴을 졸인 디젤 차량 운전자들이 올해는 기름값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화물차주와 자영업자들이 주로 쓰는 경유는 지난해 3월 L당 평균 1300원대에서 최근 2000원 가까이로 치솟았다. 서울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보다 더 비쌀 정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급 차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내 차량 이동이 감소하자 정유회사들이 경유 생산을 줄였는데, 전쟁 탓에 러시아산 경유가 유럽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재고량이 더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유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했다.

또 다른 요인은 유류세 인하의 파생 효과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내렸다. 그동안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부과됐다. 그랬던 만큼 휘발유의 세금 인하 폭이 커서 L당 164원 내렸다. 경유는 116원 내리는 데 그쳤다. 경유의 인하 폭이 휘발유보다 약 50원이나 적었다.

국내 기름값 상승이 계속되자 곳곳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경유와 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2008년 오일쇼크 때 이미 겪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경유 차량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 차량 약 2600만 대 중 경유 차량이 38%가량인 1000만 대에 이른다. 여기엔 화물차 330만 대가 포함돼 있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1t 트럭과 택배 트럭 등은 생계형 운송수단이다. 이들의 평균 운송료 중 기름값 비중이 30%를 넘으니 걱정이 크다.

차량 연료는 대부분 석유(원유)를 가열해서 얻는다. 끓는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경유는 끓는점 250~350도의 디젤 연료이고, 휘발유는 끓는점 30~200도의 가솔린 연료다. 등유는 180~250도, 중유는 350도 이상에서 추출된다. 남은 찌꺼기는 아스팔트로 쓴다.

경유는 중유보다 밀도가 낮고 가볍다(輕)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유값이 뛰면 서민의 연료비 부담은 커지고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이름값에 걸맞게 하루빨리 가격이 안정되길 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