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 정부 국정과제' 순위는 정해졌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8일 현판식을 열고 출범했다. 안철수 위원장을 비롯해 24명의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실무위원 등 184명으로 구성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183명)와 비슷한 규모다. 초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SNS’(서울·비정치인·서울대)란 지적도 받았다. 22일 국방부를 시작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앞으로 50일간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집은 44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공약 카테고리만 206개다. 소요 재원은 266조원에 이른다. 이걸 모두 실천할 수 없을 거란 건 윤 당선인도, 안 위원장도, 국민도 안다. 역대 정부도 그랬다. 박근혜 정부 공약 이행률은 42%, 이명박 정부는 39.5%, 노무현 정부도 43.3%에 그쳤다. 오히려 다 하려고 무리하다가 실패했다. 안 위원장조차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尹·李 공통 공약만 20여개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 정부가 맘대로 공약을 이행하긴 쉽지 않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정도라면 모를까 법을 고쳐야 하면 거대 야당의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1년간 시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TBS 라디오 진행자 한 사람, 시민단체 지원예산 한 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윤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 기간 한목소리를 낸 공약부터 하면 된다.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보상’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가상자산 투자수익 비과세 5000만원으로 상향’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신한울 3·4호기 재개’ 등 2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노동이사제 등 논란이 큰 것은 빼고 꼭 할 공약을 취사선택하면 된다. 아무리 거대 야당이라지만 막무가내로 반대만 할 순 없을 것이다. ‘내로남불’로 정권을 내준 마당에 또다시 ‘내공남공’(내 건 공약(公約), 네 건 공약(空約))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6월에는 지방선거도 있다.

꼭 해야할 과제 제대로 추려야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일맥상통하는 공약도 있다. ‘재건축 용적률 500% 상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생애최초주택 LTV 완화’ ‘대입 정시 비율 확대’ 등 다수다. 그다음으로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약을 실천해 나가면 된다. 여야가 충돌하는 정책의 전환은 2024년 총선 이후로 잠시 미뤄도 좋다. 그때면 임기 절반밖에 안 남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는 아직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시간일 수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이 후보 반대) ‘임대차 3법 개정’(안착) ‘탈원전 폐기’(감원전 전환) ‘종부세 전면 재검토’(개선) 등은 여야가 극명히 엇갈린다. ‘청년도약계좌’ ‘재정준칙 도입’ 등은 윤 당선인만의 고유 공약이다. 윤 당선인에게 진짜 ‘비단주머니’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다. 이게 곧 국정수행의 동력이다.

끝으로 공통 공약이면서 국민적 지지도 적지 않지만 반드시 재고해야 할 공약을 하나 꼽고 싶다. ‘병사 월급 200만원’이다. 이를 위해선 연간 7조원 이상 필요하다. 올해 하사 1호봉 월급은 170만원(수당 제외), 소위 1호봉은 175만원이다. 병사 월급이 부사관이나 장교보다 많은 건 납득이 힘들다. 이들 월급까지 올리면 연간 10조원 이상 들어간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과속 스캔들’ 시즌2가 될 수 있다.

5월 초 윤 당선인은 직접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한다고 한다. 국정과제에서 빠진 공약에 대해서는 그 자리를 빌려 국민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면 된다.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과제를 제대로 추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