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결정을 계기로 관공서부터 공기업까지 공공부문의 사무실 문제를 반성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무엇보다 기관장실(室)이 대개 너무 크고 권위적이다. 방대한 집무 공간은 비용·효율 문제를 넘어 ‘과잉 의전’과 ‘특권적 권위의식’의 출발점이기에 안팎으로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 쉽다.

이런 낡은 관행과 관련, 혁신 지향적인 민간 기업인의 쓴소리가 나와 주목을 끈다. “모든 것이 첨단인 나라에서 권위가 사무실 평수에 비례하는 이런 고전적인 문화는 참 질기게 남아 있다”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언급이다. 대통령실 이전에 맞춰 작정한 듯한 쓴소리다. 민간 기업까지 함께 거론했지만, 그의 고언에 먼저 얼굴이 화끈해야 할 곳은 공공부문이다.

관공서나 공기업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백번 공감할 만하다. 4급 공무원인 일선 경찰서장실이나 군수실만 봐도 과하다 싶을 정도다. 넓은 부속실과 전용 접견실, 대·소회의실까지 딸린 국책은행장실과 정부 산하기관장실에도 그런 곳이 널렸다. 정 부회장이 “개인 사무실이 아파트 면적은 되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 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모두가 혈세나 공적자금으로 유지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 때나 ‘풀뿌리 민주주의 봉사자’라고 고개를 조아릴 뿐, ‘지역 소황제’라는 비판을 듣는 것도 요란한 청사와 무관치 않다. 국고 보조에 의존하면서도 독립청사에 아방궁 같은 기관장실을 꾸몄다가 감사에서 지적받은 기관도 있다. 공공사무를 위임받아 관리하는 반민반관의 각종 협회·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에 봉사하는 공복(公僕)이라면 일 중심으로 동선이 짜인 미국 백악관의 좁은 공간, 유럽 각국의 오래된 관공서를 보고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군 지휘관 옆에 옹색하게 앉아 대(對)테러전을 실시간 주시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모습, 비좁은 의사당에 어깨가 다닥다닥하게 붙어 앉는 영국 의회는 또 어떤가. 화려한 국회의원회관과 번드르르한 지방의회 청사의 선량들은 무엇을 느끼는가. 요란한 기관장실에 화려한 상황판을 둘 게 아니라, 검박하고 실용적인 사무실에서 소관업무의 주요 지표 정도는 기관장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야전이 직장’인 군인까지 부대장이 되면 사무실 크기 타령을 하는 나라에서 무슨 발전을 기대하겠나. 수백년 쌓인 관존민비(官尊民卑)가 문제의 뿌리일 수 있다. 새 정부는 사무실 문제를 ‘공공부문 소프트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고 위에서부터 솔선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