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달도 안 남은 문재인 정부의 막판 ‘알박기 인사’ 폭주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선인 측은 “앞으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우리와 사전)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반면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날 선 반응이다.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부적절한 모양새다.

임기 말이어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인사가 시급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원칙, 상식, 관행에 맞아야 한다. 역대 정권은 임기 말이면 다음 정권을 배려해 임기직 인사를 자제하는 게 관행이었다. 꼭 필요한 경우라도 경력과 자질을 따져 제한적으로 신중히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인사하는 게 상식이다. 문 대통령 자신이 취임 초 공언한 대로 “인사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작년 말부터 원칙 없고, 상식에도 어긋난 무분별한 ‘낙하산·보은(報恩) 인사’로 지탄을 받아왔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뿐 아니라 해외 공관장, 문화계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리가 날 때마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을 꽂아 넣었다. 대부분 소리 없이 지나가지만 너무 심해 탈이 난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성장금융에서 20조원 규모 뉴딜펀드 사업을 총괄할 투자운용본부장에 금융 경력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을 내정하려다 비판 여론에 무산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그 뒤는 물론, 심지어 대선 후에도 이 같은 염치없는 알박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지막 ‘낙하산 열차’에 올라타려고 청와대에 줄을 댄 인사들을 세우면 광화문에까지 이를 것이란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공기업 인사가 이러니 한국전력 같은 우량 공기업이 5년 만에 연간 적자 20조원을 내다보는 만신창이가 된 게 이상할 것도 없다.

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은 명확하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이념과 진영의 정치’ ‘내로남불의 정치’로 일관하다 경제를 망치고, 민심도 잃은 것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제 식구 챙기기에만 몰두한다. 대통령의 “차기 정부가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라”는 주문은 말뿐이고, 실제로는 ‘내 갈 길 가는데 웬 시비냐’는 식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윤 당선인과 오찬을 한다. 여러 사안이 논의되겠지만 최소한 임기 말 낙하산 인사만큼은 중단하겠다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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