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수소·통신·바이오…'핵심 역량 극대화' 정책을
영국 힝클리포인트에 전체 전력의 7%를 공급할 원자력발전소가 2026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 중이다. 초기 30조원이던 예산은 38조원으로 늘었으나, 정부의 고정전기료는 현재 메가와트시(㎿h)당 17만5000원이다. 풍력요금이 당시 20만원에서 현재 8만2000원으로 낮아졌으나 힝클리발전소는 60년 이상 가동하고, 전기료도 35년간 고정된다.

풍력은 2020년 9월 전체 전력의 25%를 공급했는데, 2021년에는 13.3%밖에 공급하지 못했다. 그 결과 급한 전기료 인상으로 에너지 기업의 파산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2021년 10월 산정한 전기료는 34만2000원(S&P글로벌)으로, 영국 원자력발전의 가격은 아주 좋다.

최근 영국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를 주로 다뤘지만 BBC 방송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여소야대 상황, 부동산 정책, 정체된 경제, 청년 실업, 성 불평등 상황을 보도했다.

새 정부는 코로나로 망가진 국내 보건복지 시스템 복원과 경제적 난제 극복, 전쟁으로 인한 원유·가스·광물·곡물 가격 폭등 등 이전과 다른 차원의 문제를 다뤄야 하나, 우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의 핵심 역량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첫째로 2050년 탄소제로 달성에 매진해야 한다. 정책적 성공과 과학적 혁신으로 신시장 창출도 주도해야 한다. 화력발전소는 태양광발전과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의 융합연구, 영국 사례처럼 한국의 핵심 역량인 원자력발전 기술에 집중 투자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고효율 고체 배터리 개발과 전기차 고속충전 기술 및 보급 확대로 배터리 제조업체가 절대 부족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수소에너지는 핵심 양산 기술 개발과 국제 기술표준화 주도로 세계 시장 선점을 노릴 필요가 있다. 매년 수천만t의 탄소 포획·저장 목표를 설정해 고비용·고위험의 탄소 포획 기술을 산업계와 공동으로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 번째,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래 반도체, 디스플레이, 6세대(6G) 이동통신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또한 사회과학, 뇌과학, 생물학, 통계, 공학, 컴퓨터과학이 융합된 인공지능 및 딥러닝 기술과 양자통신 및 컴퓨팅, 무인 전기차 및 미래 교통, 항공우주과학 등의 창조적인 과학 연구를 선도해야 한다.

세 번째는 생명체, 세포 생성 사멸의 원인, 치료 및 코로나 등 불확실성의 팬데믹 연구 등 세포생명학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영국·유럽이 1조원 이상 들여 거국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양자컴퓨터와 전고체 배터리 분야는 영국·유럽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양산 및 제조는 경험 많은 한국 제조업체가 선점하도록 하자. 특히 세포생명학 분야는 유럽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응용과학 및 제조 기술을 접목하고 인력 선순환으로 핵심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과학 기반 인재 양성은 유럽연구이사회(ERC)의 일명 ‘노벨상 프로젝트’를 배울 필요가 있다. 초임·중견·저명 연구자 등 3단계 프로그램으로, 5년간 기초과학 연구를 개별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1997년부터 ‘국가 창의과제’가 운영되고 있으나 미미한 규모다. 1년에 인당 5억원 규모로 500명씩 젊은 연구자들을 뽑아서 5년씩 지원해주자. 1년에 2500억원이면 한국의 경제 규모로 충분하다. 5년에 2500명씩 기초 연구를 하면 한국 주도의 응용 창출과 노벨상 수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