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 당선인께 드리는 글
‘당선 축하’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는 국민의 한 사람임이 못내 서글프고 비통합니다. 그러나 희망은 지울 수 없기에 새로운 5년의 문턱에 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이 글을 드립니다.

참 모진 시간 보내셨습니다. 그 순간들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고 실상임을 절감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고(故)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여당은 이성이 없고, 야당은 야성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덧붙입니다. 우리 정치는 국가와 국민과 역사에 대한 정성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현 정치가 보여준 자화상을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알게 됐습니다.

권력을 잡는 사람들이야 여타의 것들이 안중에나 있겠습니까만, 국민은 선조들이 이뤄놓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이 국가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긍심과 애국심을 가집니다. 그런데 정치권과 정부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부실과 부패, 그리고 독박의 지뢰밭을 어떻게 지나가려 하시는지요. 국민은 대통령 당선인께서 당선되기까지 겪은 모든 것을 향후 국가 운영의 큰 교훈과 길잡이로 삼아 담대한 길을 걸어가 주실 것을 염원합니다.

우크라이나가 울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민족은 있으나 나라가 없는 국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동족상잔의 피비린내까지 겹쳐 나라 없는 비참함과 슬픔을 누구보다도 절절히 겪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밟고 넘어왔습니까. 어느 하나 허투루 쓰거나 여길 수 없는 시간과 경험의 연속 아니었습니까. 이 몸서리쳐지는 흔적들이 지금 이 시점 뇌리에 오버랩되는 것은 제발 혼자만의 기우였으면 합니다.

국가와 국민이 안심하고, 똑바로 된 역사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워하는 국민을 만들어주는 지극히 당연한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도 당당하게 살아있는 역사가 있고, 우리를 여기에 있게 한 건국이 있고, 진정한 삼권분립의 민주주의와 대의정치의 준엄한 의미와 가치가 살아있는 나라가 있고, 이런 것들을 신앙보다 더 철저히 지켜준 선조들이 있었다고 자랑하는 미래 세대들이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입법, 사법, 행정, 세대, 젠더, 교육, 계층 등 사회 모든 분야를 갈라치기 한 정치권입니다. 앞으로 공존을 위한 몸부림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국력 소모가 있어야 할지 우리 국민은 마냥 분할 뿐입니다. 경제는 분명히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가 경제를 훼손하는 구조를 얼마나 빨리 바로잡느냐가 우리의 생존의 길입니다.

정치권이 솔선수범으로 한쪽으로만 경도된 ‘치명적 자만’을 없애고 국민을 ‘노예의 길’로 인도하지 않겠다는 결기도 단단히 보여줘야 합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저급한 언어로서가 아닙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특정 집단에 경직돼 휘어지다 못해 뒤틀려버린 운동장을 평정하고, 애먼 국민의 혼을 빼서 취한 사리사욕을 되돌리고, 미래가 있는 한 씻을 수 없는 세금 퍼주기와 곳간 비우기를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위헌 논란이 있는 종합부동산세를 5년간 세 배 이상 치솟게 만든 나라, 미래 세대 착취 구조로 가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나라, 모든 물가 상승 요인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나라, 출산율 높인다고 몇 년간 수백조원을 쓰면서도 오히려 출산율이 떨어지는 나라, 일자리 만든다고 세금 퍼붓는 나라, 인구절벽과 학생 수 감소에도 정부 교육교부금은 계속 증가하는 나라, 탈원전과 탄소중립 강행으로 기업과 국민이 감내할 수 없는 비용을 안고 가야 하는 나라…. 얼마나 많은 것을 더 나열해야 하겠습니까.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진정한 국리민복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위대한 선택을 했음을 보여주십시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