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당선 수락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이번 통화는 미국 측 요청으로 하루 앞당겨 이뤄졌고, 통화 직후 백악관 측에서 “양국 경제와 국민의 동맹은 철통같다” “두 정상이 한·미 동맹의 힘을 확인했다”는 등 최근 볼 수 없던 평가를 내놨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양국 동맹관계 회복을 얼마나 바랐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윤 당선인에게 이렇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한·미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비전 공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 한·미 신뢰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지난 5년간 미국 정부가 한국에 하고 싶었던 얘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양국은 그동안 대북(對北)·대중(對中) 외교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마찰음을 일으킨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 등 대북 성과를 내기 위해 쿼드(QUAD)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 등 대중 봉쇄정책에 참여하지 않았고, 유엔이 대북 도발 규탄 성명 등을 채택할 때도 빠졌다. 이렇게 한국이 계속 대북·대중 정책에 엇박자를 내니 워싱턴에서 ‘한국 패싱’이 일상화했고, 철강 관세 등으로 한국에 사실상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지 오래다. 양국이 동맹인지 적대적 관계인지 구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윤 당선인이 대미 관계 정상화뿐 아니라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얽혀 악화일로였던 대일(對日) 외교에도 정상화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하다. 양국 간 공동의 이익과 미래를 강조한 메시지에 일본 측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바는 중국과의 관계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언급했고, 이에 대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동맹 강화를 통한 안보와 경제이익 극대화는 한국 외교의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 역시 중요한 파트너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현실이다. 반석(盤石) 같은 한·미·일 3각 동맹 아래 중국의 협력까지 이끌어내는 국익 외교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