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상식이 통하는 방역을 기대한다
정부가 지난주 갑자기 계획을 틀지 않았다면 오늘(11일) 주요 뉴스 중 하나는 ‘식당·카페 영업시간 밤 11시까지 연장’과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됐을 것이다. 애초 방역당국이 지난달 18일 거리두기를 조정하면서 통상 2주였던 적용 기간을 ‘굳이’ 3주로 늘리면서 다음 조정일을 11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이런 이유를 댔다. “많은 전문가들이 2월 말~3월 초에 정점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조정은 정점을 관찰한 뒤 결정할 필요가 있기에 3주로 정했다. 다만 그 전이라도 감소세로 전환되면 완화 조치를 검토하겠다.”(2월 18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

앞뒤 안 맞는 상식 밖 정책

방역당국이 ‘양치기 소년’이 된 건 딱 2주 뒤였다. 정점을 지켜본 뒤 거리두기를 조정한다더니, 정점을 향해 치닫는 시기에 완화 결정을 내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2~3주 뒤에 정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2~3주 늦춰야 할 조정 시점을 오히려 한 주 앞당겼고, 감소세로 전환되면 완화한다던 조정 조치를 반대로 증가폭이 커지는 시점에 단행한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 결정을 내렸는데도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3월 4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는 정도였다. 신규 확진자가 지금의 10분의 1에 불과했던 한 달 전에도 “지금은 ‘안전 운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들께서 답답해도 이해해달라”(2월 4일 김부겸 국무총리)던 정부였다. 이러니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정치 방역’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앞뒤가 안 맞는 건 이뿐이 아니다. “식당·카페 영업시간 연장보다 인원 제한 완화가 방역적 위험이 낮다”(1월 17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더니 인원(6명)은 그대로 두고, 영업시간(밤 9시→11시)만 두 차례에 걸쳐 풀었다. 영업시간을 한 시간 연장할 때마다 확진자가 최대 10%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말이다. 방역패스 역시 “거리두기보다 더 효과적”(2월 15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라 “중단할 계획이 없다”(2월 25일 이 통제관)더니 3일 뒤 폐지했다.

尹의 '과학방역' 전환에 기대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었든, 방역당국의 오판 때문이었든 방역정책은 그렇게 누더기가 됐다. 결과는 확진자·위중증환자·사망자 급증으로 돌아왔다. 한 달 반 전 “신규 확진자 3만 명 정도”(1월 25일 김 총리)라던 정점은 30만 명을 넘겼는데도 올 생각이 없다. “계절독감과 비슷하다”(2월 21일 손 반장)는 오미크론은 지난 9일에만 20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해 하루 평균 사망자(870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감안할 때 방역을 풀고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는 건 맞는 방향이다.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언제까지나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방역 당국자들의 극한 노고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잘나가던 ‘K방역’이 빛을 잃은 데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등 일관성을 잃었고 △방역을 죄고 푸는 타이밍이 엇나갔고 △국민의 이해와 동참을 구하는 일도 소홀히 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집권 100일 안에 코로나19 대응체계를 과학과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다. 정치가 가져간 방역정책의 뼈대를 다시 과학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윤 당선인의 약속이 방역정책에도 적용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