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나라
우리는 한국 인구 감소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한다. 결혼과 자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공교육뿐 아니라, 방과 후까지 이 학원 저 학원에 다니며 바쁜 생활을 보내는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오직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키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생각과 목소리는 무시되고 어른들이 원하는 뜻과 목표에 따라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대통령 후보들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모인 아동 권리대표단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아이의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별 아동 공약을 살펴봤는데 우리를 위한 관련 공약이 없고 있더라도 아주 적게, 그리고 우리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공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른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공약을 만들 수는 있지만 진짜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

유엔 아동 권리협약에는 아동들의 참여권을 명시하고 있다. 아동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의견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나 다양한 기관에서 토론회, 총회 등을 개최하거나 아동 위원 등을 세워 아동들의 정책 참여를 활성화하고 아동들의 참여권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안 사항들이 실제로 반영됐는지 확인이 어려웠고, 반영되지 않았을 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볼 때 우리 사회의 아동 참여권은 나아갈 길이 한참 남았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과정을 보내오며 우리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충분히 열려 있지 않고 부당한 것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아직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 쉬운 길을 택하기 위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의 참여권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조금 어렵고 번거로운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가 고루 반영되고 소외된 이들이 없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일이면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이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게 그리고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목소리를 크게 듣는 사람, 그리고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를 힘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