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3일 종료 예정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기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밤 10시, 6인까지’인 사적모임 기준을 ‘밤 11시, 8인까지’ 또는 ‘밤 12시, 10인까지’ 등으로 푸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지난 2일 코로나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으나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높지 않고, 중환자 병상도 충분한 데다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자영업자 피해와 국민 일상생활 불편 등을 고려하면 거리두기 조치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확진자 증가세 속에 방역 완화 조치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보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거리두기만 하더라도 정부는 지난달 22일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지난 뒤 추가로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3월 중순께 신규 확진자가 최대 3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정점이 오지 않았는데도 느닷없이 완화 조치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한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일일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 어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128명을 기록한 마당이다. 분모(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치명률이 낮아졌지만, 위중증 환자 수와 중증 병상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증상 발현 후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중증으로 진행되고, 확진자 급증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병상 부족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각급 학교가 일제히 개학함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가 다수인 어린이·청소년 감염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판이다.

방역패스 중단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미접종자들의 접종 유도’를 이유로 중단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불과 나흘 뒤 손바닥 뒤집듯 중단을 발표했고, 확진자 동거가족 격리의무 해제 등 완화 조치들이 잇달았다. 방역정책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으니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대선 일정에 짜맞추는 듯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닌가. 거리두기 완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설득력이 있으려면 과학적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국민 건강이 척도가 돼야 할 방역정책이 선거의 볼모 신세라면 국민이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