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풀기' 위주 청년·실업대책 공약, 이대로 좋은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각 후보들은 집권하면 청년과 실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게 돈을 대량으로 풀어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공약은 공약일 뿐일까? 문재인 정권의 지난 5년을 되돌아볼 때 이러한 공약들이 현실화하는 게 오히려 문제다.

문 정권 초반인 2018~2019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도산하거나 고용인력을 감축해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그러자 문 정권은 실업수당 등 여러 명목으로 현금을 대규모 살포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후엔 음식점 등 업소들에 대한 지원에 더해 전 국민 대상으로 위로금 명목의 현금을 뿌리고 있다. 나아가 기업규제 3법, 노동조합법 개정 및 중대재해법 입법 등으로 인해 기업들 투자가 부진해지고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며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축소되는 등 청년실업률이 크게 높아지자 공공기관 중심으로 국가 예산을 투입해 단기성 아르바이트를 대폭 늘렸다.

실업 발생에 따른 일련의 정부 대처 방식을 보면 예산으로 돈을 풀어 나눠주기에만 급급하다. 표현하자면 물고기를 나눠 주기만 할 뿐,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적 태도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 데이터인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2위(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의 탈법적 임금인상 투쟁 등의 결과로 대기업 노동자 임금 수준은 월 500만원 이상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노동자 임금 수준을 능가하는 반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대기업의 절반인 250만원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 저임금으로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탈법적 노동행위에 대한 문 정권의 방관적 정책 태도는 대기업 노동자는 노동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받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생산성 이하의 임금 수준을 감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차기 정권을 맡겠다는 대선후보들도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 이행을 위해 250조~300조원에 달하는 예산 투입을 약속하고 있다. 그들이 집권해 공약대로 추진한다면 차기 정권도 문 정권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분명한 것은 현 상태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되며, 이 모순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인기 영합적으로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정책 자금을 실업자들의 기능 습득이나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관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 분야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중심으로 질적·양적으로 산업계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기술·기능센터를 정비해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일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수요까지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센터에서 배출한 기술인력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 임금에 더해 정부 예산을 추가 지불하면 기술인력의 중소기업 정착률이 높아지고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센터 운영의 핵심 과제는 유능한 강사진과 기술·기능 교육에 필요한 시설 정비인데 이들 필요 시설 정비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 하에 출연 연구소, 대학의 관계 학과, 기업 연구인력과 연구시설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학을 활용한 기술인력 양성이다. 현재 대학의 학과별 정원과 산업 분야별 기술인력 수요 간 미스매칭이 심하다는 비판이 많다. 대학의 주전공 정원은 이미 배정돼 있어 쉽게 변경할 수 없겠으나, 부전공 선택은 신축성 있게 운영되므로 수요가 많은 학과의 경우 부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을 포함해 교육하면 상당 부분 사회적 기술인력 수요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때도 교육에 필요한 전문인력 및 시설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면 된다.

셋째, 사회적 수요가 큰 기업으로 하여금 수용 가능한 수준까지 연수생을 받아 생산 활동 과정에 투입, 당해 연수생들이 기술·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으로선 연수생 기술 습득을 시키면서 노동력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연수 활동에 드는 경비를 정부와 적절히 분담하는 방법도 있겠다.

실업 등으로 생산 활동에서 배제된 인력에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식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즉 노동생산성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해봤다.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그간 정부가 살포해온 예산을 적절히 활용하면 조달 가능할 것이다. 요컨대 생산 현장에서 배제된 인력에게 관심 분야에서 생산성을 갖추도록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노동생산성도 크게 높아지고 고용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강성 노조의 사회 파괴적 노동 활동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른 선진국 대비 크게 왜곡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적정 수준으로 재조정되도록 정부의 강력한 유도 정책이 적극적이고도 끈기 있게 추진돼야 한다. 노동생산성 격차에 의한 임금 격차는 마땅히 인정돼야 하지만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발생한 격차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문 정권 5년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현재로선 차기 정부에서조차 실업자나 저소득층에 대한 물고기 잡아주기식 예산 살포가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은 불안정한 소득이어서 안정된 생활 기반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불안정을 극복하려면 투입 자금을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안정적 일자리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는 게 요체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 격차도 보편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수렴되도록 하는 다각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