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임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 1, 2위는 삼성전자(11만1073명), 현대자동차(6만8187명)의 순이다. 셋째는 뜻밖에도 2010년 설립된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6만5138명)이다. 쿠팡은 유통업체 중 최다인 것은 물론 작년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합한 직원수(6만1862명)도 제쳤다(본지 2월 24일자 A1, 10면 참조).

쿠팡의 고용능력은 산업의 시대적 흐름이 일자리 창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고용 효자노릇을 했던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 출점 규제에다 온라인 공세까지 겹쳐 점포 축소, 인력 감소의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직원수도 2017년 정점 이후 3년 새 이마트 10.7%, 롯데마트 11.3%씩 줄었다. 반면 쿠팡은 물류 배송직원인 ‘쿠친(쿠팡친구)’을 공격적으로 채용해 작년 한 해에만 인력이 31%나 급증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전통적으로 고용 창출 능력이 낮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물류 운영, 상품 배송, 정보기술 등에서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쿠팡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유통 분야에서 일자리 하면 오프라인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 거래는 2020년 161조원에서 작년에 20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고,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도 2020년 46.5%에서 작년에 5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법·제도는 고용 창출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혁신기업들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족쇄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쿠팡은 작년 3월 국내 증시가 아니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경영권 보호 문제가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국내 상법상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지만, 뉴욕 증시에선 지분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코로나19, 북한 이슈 등과 함께 한국의 규제를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벤처업계의 숙원인 차등의결권 도입이 올초 여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에 막혀 또 무산됐다.

쿠팡은 2025년까지 5만 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 정부는 ‘공공 알바’ ‘어르신 알바’가 아니라 제2, 제3의 쿠팡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여건을 조성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