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도를 넘는 게 적지 않다. 기업·산업 등 일자리와 관련해서 더 그렇다. 갈수록 경제가 중요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성장과 고용 창출이 핵심 이슈이지만,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해서는 안 될 것’에 대한 기본개념조차 부족해 보인다.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 말이 이어지고,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가로막는 주장까지 늘어놓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포스코 지주회사의 본사 위치에 대한 간섭과 개입도 그런 문제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나서 포항에 두라고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는 국가 난제이지만, 특정기업 본사 위치까지 정치권이 압박해선 안 된다. 더구나 포스코는 오래전 민영화한 민간 기업이다. 서울의 경제력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지방이전 기업에 세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며 ‘유도’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정부나 지자체가 다양한 유인책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이전을 ‘강제’하는 게 어떻게 다른지 후보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강요할 수도 없는데, 집권하면 우격다짐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재명 후보가 무안공항을 ‘아시아나 거점공항’이 되게 한다는 것도 너무 멀리 나갔다. 공항의 유지와 경영, 거점·허브 공항 속성을 본다면 쉽게 하지 못할 주장이다.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별명까지 붙은 공항을 살리자는 의지는 좋지만, 그래도 공항 일대에 산업을 키우고 인구를 늘리는 게 답이다. 더구나 무안공항 인근에는 하루에 불과 4편이 뜨는 군산공항이 있는 데다, 8000억원을 들여 새만금 신공항을 짓겠다고 주민과 지자체가 한 몸으로 나선 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항공사 의지이고, 스스로 책임까지 지는 자율 결정이다. 보유 비행기는 물론 일체의 항공지원 업무까지 집중하는 거점공항 선정은 항공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고도 경영전략에 해당한다.

정도 차이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 후보들이 기업 경영간섭을 예사로 내지른다. 각 당의 거대 선거대책위원회를 보면 경제전문가가 적지 않은데도 무리수가 반복되는 것은 눈앞의 표만 좇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주도 해운 구조조정 이후 나타난 해운업계의 온갖 명암만 봐도 관(官) 개입의 후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규제를 풀겠다면서 실제로는 간섭·압박이고, 고용 창출을 입에 달면서도 기업을 옥죄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권력 남용에 대한 경계심은 아예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