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우리 아이, '미래의 버핏' 꿈꾸게 하자
지난 설 연휴 KBS 2TV에선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자본주의 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10대들의 ‘진짜 돈 공부’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엔 중학생 트로트 가수 정동원과 농구인 현주엽 씨의 두 아들, 방송인 현영 씨의 딸,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아들과 딸 등 6명이 출연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100만원씩 받았다. 각각 주식투자와 푸드트럭 운영, 직접 그린 이모티콘 그립톡 판매 등으로 돈을 버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 수익금 기부 등의 내용도 더해졌다.

‘자본주의 학교’라는 다소 노골적인 제목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10대가 주인공인 경제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시청률도 꽤 나왔다는 것은 자녀 경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잘 보여준다. 부산 송수초 옥효진 교사가 쓴 《세금 내는 아이들》이란 경제동화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돈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대놓고 돈 이야기 하길 터부시했던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 가운데 세계적인 부자가 많은 것이 돈과 경제에 대한 교육 때문임은 잘 알려져 있다. 유대인들은 일찍부터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심부름 등 ‘노동’의 대가로 용돈을 주고, 적은 돈부터 소중하게 모으는 습관을 길러준다. 학교 행사 등에서 쿠키를 팔며 ‘사업’ 개념을 익힌다. 유대인은 12~13세 때 성대한 성인식을 치르는데, 이날 친인척 등으로부터 받은 축의금은 자녀 몫이다. 이를 예금 주식 채권 등에 넣어둔다. 성인이 돼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종잣돈으로 쓰인다.

돈의 원천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쓰는 것 이상으로 벌어서, 잘 굴려야 이른바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학교 교육도 어른이 됐을 때 스스로 일해서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다. 인적 자본을 키우는 교육은 가장 중요한 ‘투자’다. 그런데 무엇을 공부하든 경제 마인드가 있느냐, 없느냐는 나중에 사뭇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막연히 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벌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다양한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진로 교육도 결국 경제교육인 셈이다.

번 돈을 유지하거나 불리는 것도 중요하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엄청나게 번 돈을 제대로 관리 못 해 종종 허무하게 날리는 것도 경제교육 부재의 결과다. 돈을 까먹지 않거나 불리려면 금융과 경제를 알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주식 투자는 국내외를 넘나들고, 투자상품도 다양해졌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11세 때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모두가 버핏처럼 될 순 없지만, 일찍부터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학교를 다닐 때도,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경제교육은 개인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많은 것을 결정해주지만, 결국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재테크와 노후준비도 그렇다. 정치와도 연결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을 뽑을 때 경제를 알아야만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마구 내던지는 ‘공약(空約)’을 걸러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나라 경제뿐 아니라 개인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에 대한 이해, 경제 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야말로 스며들어야 한다. 빨리 익힐수록 활용할 수 있는 ‘시간 자본’이 커진다. 그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초중생 경제·논술신문 ‘주니어 생글생글(생각하고 글쓰기)’을 창간한다. 우리 아이들이 현실의 경제 이슈와 변화 트렌드를 꾸준히 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기여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