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스코 경영까지 간섭하는 정치권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반대한다.” 최근 경북 포항 지역사회에선 다음달 출범하는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본사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포스코가 그룹 지주사도 포항에 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이 서울에 설립되면 인력 유출과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와중에 내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과연 그럴까. 포스코홀딩스 총 인력은 200여 명이다. 이들은 지금도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에 근무하는 그룹 전략본부 및 계열사 인력 소속만 지주사로 바뀐다. 인력 유출은 없다. 분리되는 기존 철강사업 회사인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에 남는다. 사업장 소재지와 면적에 비례해 부과되는 법인지방소득세 세수에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법인세는 중앙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이어서 지주사 전환과는 무관하다.

미래기술연구원은 국내외 우수한 과학자 영입을 위해 서울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기업은 인재 유치를 위해 연구개발(R&D)센터를 대부분 수도권에 두고 있다. 포스코는 대신 미래기술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포항을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관련 사업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철강 연구는 지금처럼 포항연구소에서 진행된다.

물론 지역사회의 주장도 일견 수긍이 간다. 포항제철이 설립된 1968년부터 반세기 이상을 포항과 함께한 포스코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을 고려하면 그렇다. 하지만 포스코가 포항을 관광·교육·산업도시로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점도 지역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없이 무작정 본사를 특정 지역에 두라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민간 기업인 포스코에 대해 여야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표심을 의식해 ‘훈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주주(출석 기준) 89.2%의 압도적 찬성으로 결정된 사안을 정치권 압력으로 바꾸겠다는 의도와 다를 바 없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현안마다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역대 정권에선 회장 선임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반복됐다. 재계에서 이번 대선 이후 포스코에 드리워질 관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도 넘는 ‘포스코 흔들기’의 폐해는 포스코 주주 피해로 돌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