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지털 무역, 새로운 수출 기회로
영어 ‘디지털(digital)’은 숫자를 뜻하는 ‘디지트(digit)’의 형용사다. 손가락을 뜻하는 라틴어 ‘디기투스(digitus)’가 어원이다. 옛사람들이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가며 수를 세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나 손가락 하나로 더 큰 세상, 더 많은 사람을 디지털로 만나고 있다.

디지털은 이제 우리 일상이 됐다. ‘두 달 만에 2년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됐다’는 말처럼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화를 급속도로 앞당겼다. 지난해 국내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오프라인의 두 배를 넘어섰다. 비대면화가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으로 향한 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무역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대응했다. 바이어와의 끊긴 만남을 비대면으로 이어갔다. 전자상거래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수출액은 증가했다. 디지털로 물리적 공간의 제약과 비용 부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해외 출장길이 막혀 바이어 발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171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이 10%를 넘은 것은 역대 최초다. 전자상거래 확장세와 K뷰티, K패션 등의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 수출액과 수출 중소기업 수 모두 90% 이상 증가했다.

작년은 KOTRA도 우리 수출기업과 함께 디지털 무역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다. 초행길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디지털 무역방식으로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거래 성사라는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자동차 내장재·설비 제조업체 A사는 바이어의 출장길이 막히자 “공장 실사가 바이어의 수입 결정에 필수 절차”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때 ‘디지털 현장실사’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독일에 있는 기술자와 함께 멕시코 공장에 설치된 기계를 일본 바이어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4자 참여 디지털 현장실사를 해 계약을 체결했다.

화장품 업체 B사는 수출을 위한 해외 시장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해외 경제정보드림’ 플랫폼 접속을 통해 56개의 공공·민간기관 등 모든 무역·투자 정보를 한꺼번에 얻고, 빅데이터 플랫폼 ‘트라이빅’으로 기존에 3일 걸렸던 수출 유망시장과 진성바이어 추천을 3분 만에 받아 화상상담을 하고 수출까지 했다.

디지털 전환을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눈앞에 있는 문제를 디지털의 힘을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혼자의 힘으로 힘들다면 여러 기관이 협업해 만든 유용한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하자. 어려움에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지만, 딛고 도약하면 디딤돌이 된다. 디지털 무역이 우리 기업의 새로운 수출 디딤돌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