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잃은 푸틴의 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행동은 합리화되기 어렵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뒤 우크라이나 동쪽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밀어낼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푸틴은 NATO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승산 없는 선택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푸틴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미국이 푸틴의 통치를 끝내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것도 느낄 것이다.

물론 푸틴이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서방 지도자들과 대중에게 자신의 오만함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푸틴이 옛 소련 영토였던 국가들에 도달하기 전에 그의 모험을 막고자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분별없이 “러시아가 ‘사소한 침략’을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말실수였지만 미군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비친 것과 같다. 같은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럼에도 푸틴이 침략을 단념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여러 차례 받았다.

앞으로 푸틴과 서방 열강들 간의 군사적 긴장감은 커질 것이다. NATO는 다시 활성화될 것이다. 푸틴은 초현실적으로 부패한 통치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격할 구실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그에게 정말로 먹힐지는 큰 의문이다.

미국에 가장 큰 문제는 푸틴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처참하게 오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이 지금 하고 있는 계산 착오는 이번 위기의 결과로 그에 대한 서방 시민들의 관용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푸틴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푸틴은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이다. KGB를 이어받은 연방보안부(FSB)는 1999년 말 푸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아파트 건물에 테러를 가하면서 거의 300명의 러시아인들을 침대 위에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둘러싼 전운 고조
푸틴, NATO 대적 승산 없어

이 테러를 조사하려던 러시아인들은 암살당하거나 의문의 질병으로 사망했다. 테러에 관한 책을 쓴 푸틴 정권의 강력한 비판자였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역시 2006년 런던에서 암살당했다.

푸틴은 집권하기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으로 있을 당시 9300만달러 규모의 자금 실종 사건에 대한 주요 용의자다. 그의 멘토였던 아나톨리 솝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은 푸틴에 대해 폭로한 뒤 선거운동을 하던 중 의문스럽게 사망했다.

이런 것은 푸틴의 범죄 혐의 중 덜 알려진 것들이다. 사실 러시아가 충분한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푸틴이 계속 불평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서방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덕적 문제가 요점은 아니다. 푸틴이 NATO의 침략에 대해 허황되게 떠들어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역사적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193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푸틴은 히틀러도 아니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러시아 국민과 엘리트들은 그들의 운명이 푸틴과 쉽게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계산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잘못 처리하면 푸틴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지도 모른다. 허드슨연구소 분석가인 윌리엄 슈나이더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러시아 국민과 푸틴의 측근들이 들어야 할 메시지는 이미 적혀 있다. “푸틴은 감각을 잃었다. 더 이상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aiting for the Last Days of Puti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