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연일 추락하고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 전반의 ‘발작 증세’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연초 30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는 어제 3.5% 내린 2614.49로 마감해 2600선 방어마저 위태롭다. 코스닥은 더하다. 하루 만에 3.7% 추가 폭락해 올 들어 하락률이 18%에 달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도 동시에 1200원 선을 돌파했다.

연초부터 여러 지표가 일제히 경보음을 내며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는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정부의 위기불감증이다. 경제팀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어제 열린 관계장관회의는 안일함과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홍 부총리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공급망 차질 지속 등을 ‘리스크 요인’이라고 간략히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유가·원자재가 모니터링 강화, 설 물가 관리 집중, 2월 추경 통과 노력 등이어서 허탈감만 키웠다.

홍 부총리는 ‘물가잡기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도 추경에 목을 매는 이해하기 힘든 모순된 행보를 지속 중이다. 속병이 단단히 걸렸는데 ‘빨간약을 상처에 바르고 지켜보자’는 식의 엉뚱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이억원 기재부 차관 역시 어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했지만 ‘적자국채로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국고채 매수로 대응하겠다’는 미세조정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카드를 불쑥 들이미는 것과 닮은 ‘두더지 잡기’식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악화되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짙은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버팀목이던 수출은 두 달 연속 적자이고, 오미크론 확산으로 내수도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따른 대출 부실문제는 시한폭탄이다. 2020년 4월부터 전 금융권이 참여해 3차례 지원한 총 272조2000억원(작년 11월 말 기준)의 만기가 3월로 다가온 것이다. 지원종료도 추가연장도 선택하기 힘든 딜레마적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등 국제 정치도 요동치고 있다.

그런데도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할 일을 하겠다’던 정부는 다짐과는 정반대다. 이 정도 발작은 글로벌 유동성 감소로 인한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위기신호가 분명해져야 위기로 보고 움직일 건가. 거시·구조적 문제를 미시적·지엽적 대책으로 풀어갈 방법은 없다. 임기 마지막까지 할 일이 뭔지조차 파악 못 하는 기막힌 정부로 남기로 작정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