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청 7급 공무원의 115억원 횡령 사건은 덩치만 커진 지방자치단체의 나사 빠진 행정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 직원이 수십 차례에 걸쳐 5억원씩 공금을 빼돌린 1년2개월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다. 회계 처리에 의문을 가진 후임자의 제보에 따라, 첫 횡령으로 보면 25개월 만에야 들통났다. 인사이동이 없었으면 계속됐거나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범죄라는 얘기다.

7급 혼자 2120억원에 달하는 ‘자원순환센터 건설사업비’를 떡 주무르듯 한 행정관리 체계도 참으로 기이하다. 공공택지지구 조성에 수반하는 폐기물처리시설 건설비용인데, 서울시 산하 SH가 위조공문 한 장에 기금관리 계좌가 아닌 수시입출금 계좌로 거액을 수시로 보낸 것도 의문투성이다. 빼돌린 공금으로 주식을 사고팔며 멋대로 했는데도 상급 관리자나 팀 내 동료들이 2년 넘게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단순히 횡령한 공금 회수로 끝날 일이 아닐뿐더러, 회계제도를 찔끔 손보는 정도로 그칠 사안이 아니다. 자치행정의 내부감시·통제 시스템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는 지자체 파산제도가 없다. 그렇다 보니 재정운용은 방만한 채 자치 권한만 더 달라는 게 시·군·구의 현주소 아닌가. ‘LH투기 스캔들’ 때 조사대상에 올랐던 지자체장만 10여 명에 이른 것을 보면, 건당 2만~3만원에 주소 등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넘기는 공무원은 그냥 흔한 ‘길거리 잡범’일 뿐이다.

횡령한 돈으로 주식 매매에 나서 77억원을 날려버리기까지 구청·시청 감사실, 시 의회는 다 뭘 했나. 정부 합동감사를 벌이는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 감사원은 그동안 무엇을 보고 다녔나. 여수시 회계직의 80억원 횡령 사고 이후 대책이라며 만든 행안부의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은 이런 단순 횡령사고 예방은커녕 인지조차 못 했다. 최근 증시를 흔든 오스템임플란트 내부 횡령사고도 3개월 만에야 드러났다고 그 난리가 났다. 그런 상장기업 잣대로 보면 강동구청도 퇴출감이다.

강원 횡성군, 전북 완주교육청 등의 횡령사건을 보면 강동구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툭하면 소를 잃고도 엉성한 외양간을 방치하는 격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도 30년이 넘는다. 이젠 뭔가 질적으로 변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