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법안 국회 반대로 표류
업계 "경영권 뺏길까 투자 못받아"

김동현 중소기업벤처부 기자
[취재수첩] '벤처 숙원' 외면하는 정치권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이번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하루가 멀다고 드나들었다. 지난 25일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고, 27일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을 찾았다. 설 명절이 지난 뒤에도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오기형·이용우 의원을 만날 계획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지성배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동행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모두 같다. 강 회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복수(차등)의결권 제도가 논의될 수 있도록 여당 정치인들을 설득 중”이라며 “제2 벤처붐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결권이 포함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돼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 지분율이 30% 미만일 때 창업주에게 복수의 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고 경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작년 말 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뒤 벤처업계에선 순조로운 통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법사위 일부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개정안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재벌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벤처업계에선 “복수의결권 제도가 없어 유망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미루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벤처기업이 외부에서 자본 유치를 위해 주식을 발행하면 창업주 지분율이 떨어지고 경영권 유지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벤처기업인은 “투자하겠다는 벤처캐피털은 많은데 지분 희석으로 애초 창업 목표와 전혀 다른 회사가 될까 걱정”이라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기업인 중에선 복수의결권이 허용된 미국으로 거점을 옮기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벤처업계는 재벌 세습 등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안전장치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최성진 대표는 “개정안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벤처기업이 편입되는 경우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고, 오너의 상속·양도 등 결정에도 보통주 전환이 되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복수의결권은 민주당의 2020년 총선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서 “복수의결권 허용을 위해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인에게 표 획득만을 위한 ‘공약(空約)’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극복하려면 정치권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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