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중동 산유국에 부는 친환경 바람
가끔 산지 직배송 과일을 산다. 그때마다 과일들의 북상을 실감한다. 동남아시아 애플망고는 이미 제주도에서 재배되고 있다. 제주 한라봉은 경주에서 키워서 ‘신라봉’이 됐다. 사과, 복숭아, 단감 등 과일도 마찬가지다. 딸기는 고온 현상으로 최근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기후 변화는 우리 일상에 성큼 다가왔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약 1도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1.5도 상승을 기후 변화의 임계점으로 간주한다. 이 온도를 넘으면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다. 기후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다. 지난해 197개국 대표단이 영국에서 열린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모여 머리를 맞댄 까닭이다.

필자는 지난 15일부터 1주일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3국 출장길에 올랐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산유국에서도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신재생에너지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UAE는 MENA 지역에서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다. 아부다비 동맹을 통해 청정에너지 중에 가장 활용도가 높은 수소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UAE는 수소버스 도입부터 충전소 인프라 구축까지 한국 기업과 협력하기로 했다. 16일 경제행사에선 양국 경제인들이 한곳에 모여 글로벌 수소경제를 함께 이끌어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는 수소 수출국을 꿈꾸고 있었다. 서울 44배 크기의 미래형 첨단 도시를 건설해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만들고 있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수소 활용과 첨단 디지털 분야 강국인 한국이 최고의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18일 한·사우디 기업인 120여 명이 모여 수소·바이오·디지털 등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집트는 친환경 사회 구축에 힘쓰고 있었다. 올해 COP27도 이집트에서 열린다. 이집트 기업인들은 물 부족과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의 해수 담수화,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 협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일 경제 행사에서 양국 기업인은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래를 향한 산유국들의 도전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저탄소 경제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우수한 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출장을 통해 MENA 지역 기업과의 친환경 협력 접점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대사다. 국경을 넘는 기업들의 협력이 바로 기후 위기 극복의 답이다. 혁신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탄소중립 시대를 힘차게 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