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인의 돈 사랑과 국민행복
살면서 한 번씩 왜 사는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우리 삶이 많이 황폐해진 것 같아 더욱 그렇다. 그동안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외국과 비교해 소득이라는 ‘물질적인 삶’의 지표는 좋아졌지만 행복이라는 ‘삶은 질’에 대한 만족도 지표는 지속적으로 좋지 않았다. 최근에 더욱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도 행복은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 이론이 있다. 정신적인 행복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물질적으로만 빨리 성장하는 것은 배금주의와 정신적 피폐를 양산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외국은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 업체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상반기에 미국, 프랑스 등 17개 선진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란 설문에 대부분은 ‘가족’을 1위로 뽑았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돈이라는 ‘물질적 풍요’를 꼽았다. 전 세계 응답자 중 40%에 달하는 사람이 ‘가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데 비해 한국에서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초 국내 한 언론사에서 2030세대를 대상으로 ‘행복의 조건’을 물었는데 30%가 1순위로 ‘충분한 소득과 자산’을 꼽았다. 건강, 결혼, 취미, 명예 등은 모두 후순위로 밀렸다. 선거를 앞둔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암호화폐에 대한 공약을 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청년을 비롯해 너무 많은 국민이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빠른 경제성장과 대비되는 부실한 사회안전망, 그리고 코로나19로 더욱 불안해진 미래에 대한 걱정이 국민들에게 ‘돈사랑’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1인당 소득수준이 3만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스털린의 역설처럼 소득 증가에만 매달리면 국민 전체의 행복이 증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과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정책 목표로 인간의 행복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삶의 질 지표 작성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부탄이라는 소국에서도 정신, 건강, 교육, 문화, 시간 등 8개 항목의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해 관리하고 평가하고 있다. 부탄 국민들의 행복도는 세계 최상위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도 매번 일회성에만 그치지 말고 소득 외 종합적인 삶의 의미와 질을 측정하는 지표가 정책목표로 제시되고 이행돼 국민들이 과도한 물질적인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