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대립이 심상찮다.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빌미로 러시아가 무력침공을 준비하고 미국이 이에 강력 반대하면서 비롯된 갈등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해묵은 반목에, 미국이 독일 등 나토 가입국들과 연대 전략을 펴면서 대결 전선은 상당히 복층적이다. 연초 러시아가 자국에서 나가는 천연가스관을 잠가 유럽 가스값을 폭등시킨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년 회견을 보면 미국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국제 달러결제망에서 러시아 배제 같은 금융제재와 함께, 반도체장비 공급 차단 등 대(對)러 수출제한 정도는 당장이라도 단행할 듯한 분위기다.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쥔 러시아도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미·중 패권 대립이 첨예화하는 판에 미·러 분쟁까지 겹쳤다. 미·중만 해도 통상·산업·기술·자원·기업 등에 걸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화약 덩어리 같은 ‘대만 문제’까지 더해 상황 전개가 예측불허다. 연초부터 국제정세가 다층적 갈등구조로 펼쳐져 무역과 투자에서도 2022년이 어떤 해가 될지 한 치 앞도 점치기 어렵다. 이 와중에 북한은 가당찮은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으로 국제정세에 불안을 키우려 든다.

나라 밖은 국제 역학구도 판 자체가 바뀔 수 있는 격변기다. 강대국의 복합·다면 대치는 세계사적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안위에 영향 미칠 쓰나미가 어떤 형태로 닥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차기 정부를 결정할 대선판을 보면 살얼음판 같은 국제정세도 말 그대로 ‘나라 밖 일’일 뿐이다. 공약이라는 게 나랏돈 퍼주기 아니면 근거도 희박한 숫자놀음의 포퓰리즘 경쟁뿐이다. 한쪽에서 장년층 표를 노리며 ‘탈모제 제공’을 외치면, 다른 쪽은 20대를 겨냥해 ‘병사월급 200만원’으로 받아치는 식이다. 그나마도 서로 베끼기에 급급해 여야 간 구분도 잘 안 된다. 그러면서 야당 후보 배우자의 사적 통화로 온갖 말싸움을 늘어놓더니, 곧이어 여당 후보 본인의 욕설 녹음물이 나와 장군멍군 한다. 세(勢)가 밀린다 싶으면 또 어떤 터무니없는 것을 공약이라고 선동할지, 남은 한 달 반이 두렵다. 이래저래 저급한 퇴행 사회로 곤두박질친다. 에너지도 식량도 모두 해외에 의존한 채, 세계 시장에 기대 ‘10위권 경제대국’에 오른 나라가 이럴 수는 없다. 임기 끝까지 환상에 젖었다 물러나는 현 정부는 이제 그렇다 쳐도, ‘우물 안 좁쌀 투쟁’뿐인 대선판은 어떡할 것인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