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디지털 시대, '문해력'의 중요성
요즘 일을 하다 보면 IT(정보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왜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낀다. 어떤 일이든 ‘온라인’과 ‘모바일’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직접 프로그램을 짜진 않더라도, 개발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자들도 IT를 모르는 사람과 일하면 어떨까. 매우 답답해할 게 분명하다. 말 그대로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소통은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면 관련 분야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소통이 쉬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학교에서 코딩과 AI(인공지능) 교육 등이 강화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정보교육이 강화되는 한편에선, 문해력(文解力)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문해력 약화는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마다 약 80개국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실력을 평가한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다. 코로나 탓에 지난해 실시하지 못해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 결과가 2018년 것이다. 이 평가에서 한국은 79개국 가운데 읽기(514점)가 6∼11위, 수학(526점)이 5∼9위, 과학(519점)이 6∼10위였다.

읽기 능력은 2006년 1위(556점)를 차지한 뒤 계속 하락세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PISA 2009와 PISA 2018 결과를 비슷한 상위권 4개국(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일본, 핀란드)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일본 핀란드와 함께 읽기, 수학, 과학 세 영역에서 모두 평균점수가 하락했다. 한국은 읽기 영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다수의 저자가 쓴 자료를 읽고 평가해 자신의 의견을 적는 문항과, 여러 자료를 검토해 실제 문제 상황에 적용하는 문항에 대한 정답률이 낮았다.

복합적인 자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실생활 적용을 어려워한다는 것은 미래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데 지금의 교육이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영상과 짧은 텍스트에 길들여지면서 어휘력이 떨어지고 긴 글 읽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지적이다. 입시위주 사교육에 내몰려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뉴스를 볼 때도 제목을 보고 내용은 건너뛴 채 댓글만 읽는다. 코로나 이전부터 나타난 학력저하는 코로나로 악화됐고, 격차도 더 벌어졌다.

온라인으로 모두가 연결되는 사회에서 또 하나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은 ‘디지털 문해력’이다. 이 부분에서 한국은 거의 낙제 수준이다. OECD가 PISA 2018에서 디지털 관련 문제만 따로 분석한 ‘21세기 독자’ 보고서를 보면, ‘사실’과 ‘의견’을 제대로 구별해 답한 한국 학생은 26%로 OECD 평균(47%)에 훨씬 못 미쳤다.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 판별하는 방법을 교육받았느냐는 질문에도 한국은 ‘그렇다’는 답변이 평균 이하였다. 학교에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도 진짜 뉴스냐 가짜 뉴스냐를 따지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져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자라나는 세대엔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정보의 출처를 따지고, 편견은 없나 생각해보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절실하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자유와 평등, 자율과 집단, 혁신과 연속성, 효율성과 민주적 과정 등 서로 부딪치는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모두가 21세기 문해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닥쳤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 그 기본인 ‘문해력’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