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마기꾼' 효과
방역 마스크의 기원은 중세 유럽의 페스트 창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포영화나 핼러윈 복장에서 볼 수 있는 까마귀 부리처럼 흉측하게 생긴 마스크를 의사나 관리들이 착용했다. 요즘 형태의 마스크는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10년 만주에서 호흡기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 중국인 의사 우렌더가 외과수술용 마스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면과 거즈로 된 마스크를 만들어 의료진은 물론 일반 대중에도 보급했다. 그 뒤 마스크가 빅히트 상품이 된 것은 1918~1920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 때다.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마기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쓰면 실제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 착시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로는 ‘마스크피싱(maskfishing)’이라고 한다. 보이스피싱에서 피싱(phishing)이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이듯, 마스크에 낚였다는 뜻이다.

이런 마기꾼 효과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영국 카디프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여성 43명, 남성 4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서다. 여성 참가자들은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반응했다. 남성을 상대로 여성의 매력을 조사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 상대방 눈으로만 시선이 모이게 되는데, 얼굴의 나머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뇌가 매력적일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뇌의 과대평가 습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장발, 조명발처럼 ‘마스크발’이란 표현도 가능해졌다.

코로나 팬데믹은 마스크에 대한 인식도 확 바꿔놨다.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마스크를 범죄자나 환자만 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코로나 유행 초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저항도 컸다.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나 테러리스트들의 영향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는 복면금지법까지 있다. 그러나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 쓴 모습을 보면 안심도가 올라가 매력 또한 높아졌다고 한다. 파란색 치과용 마스크가 다른 마스크보다 매력도가 높았는데, 이는 의료진을 연상시켜 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마스크의 위생 효능과 함께 심미적(?) 효과까지 더해졌으니 코로나 종식 후에도 한동안 마스크 쓰는 습관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